전통시장이 주는 친근함
추석명절 준비는 전통시장에서 한다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전통시장이 없어서, 시간이 나고 여유가 좀 있는 날은 자동차를 타고 다른 구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간다 편한 차림을 하고 굽 낮은 신발을 착용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간다 가끔 재래시장을 가는 일은 요즘 남편과 즐기는 소소한 재미 중에 한 가지다 옆동네에 있는 남부시장은 직선으로 150m쯤 되는 길이에, 곧게 한 줄로만 만들어진 예쁘고 아담한 시장이다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어서 처음 찾아갔을 때
'어머~시장이 깨끗한데?'
남편과 동시에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자주 이용하는 곳이 되었고, 우리 집의 먹거리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고, 삶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싱싱함이 있다 재래시장에는 없는 게 없을 만큼 물건으로 넘쳐나고 사람 인심이 있다 시장에서 서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떡볶이 순대'는 그냥 지나칠 수 없고, 호호거리며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실내가 아니어서 냉온방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날 찾아간 시장에는 더운 여름인데 천정에서 얼음바람이 나오는 선풍기가 붙어 있어서 그리 불편하지 않고 시원해서 나쁘지 않았다 방문할 때마다 계속해서 보수를 하고 뭔가 예쁘게 단장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깨끗해서 더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에는 진한 인간적인 인심과 시끌시끌하게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고 삶의 진한 향기가 있어서 좋다
코로나로 전 국민의 발길을 꽁꽁 묶어 왕래가 힘들 때, 시부모님 중심으로 시댁에서 지내던 제사를 맏이인 우리가 가져왔다 생각보다 빨리 우리 집에서 하게 됐지만, 이젠 어른들이 연로하시고 해서 책임감으로 별 무리 없이 따르는 중이다 아버님은 제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시고, 늘 해오던 전통 그대로 하기를 바라며 맏이에게 내려주셨다 아직은 별문제 없이 이행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성당을 다니고 있고, 훗날에는 우리 식대로 간소하게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가 혼자서 준비하는 첫제사 때에는, 요령을 몰라서 제사를 잘 치르려는 마음만 컸었다 나에게 주어진 책임으로 좋은 것만 신경을 써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제수용품을 준비했었다 한 군데서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재래시장을 방문하고부터 발품을 좀 팔면 더 싱싱한 물건을 살 수 있고 비용이 많이 절약되고 여러 가지 좋은 기억이 있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괜찮았다 이제는 좀 더 지혜와 요령이 생겨서 제사 준비는 대부분 재래시장에서 하게 되고 주어진 책임에 재미있게 물들어가고 있다
시장 안에는 다양한 색깔이 들어있어서 보고 듣는 재미가 괜찮다 주인의 성향에 따라 물건이 다르고 같은 채소라도 표정이 다르다 정말 신기할 만큼 다르다 아마도 농산물도매센터에서 공급되고 직접 하는 직거래만 재외 한다면 모두 그곳에서 받아 온 물건 일 텐데, 산더미처럼 쌓아둔 채소의 모습에서도 물건을 파는 사람 얼굴과 닮아 있다 유난히 눈에 띄게 예쁘게 진열해 놓은 '예쁜이 아줌마 가게'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생긋 웃는 인상과 푸근함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것이다
시장에는 고유의 소리가 있다 시장에서만 나는 소리다 큰소리로 비켜라고 물건 옮기는 사람소리, 깎아 달라고 떼쓰는 젊은 애기엄마의 애교소리, 싱싱한 채소가 있다고 외치는 채소가게 주인소리... 모두가 재래시장에서 들을 수 있는 삶의 소리다 가끔 누구나 '우울할 때 시장을 가 보라'라고 하지 않던가 짙게 드리워진 삶의 소리는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을 준다
시장에도 이미 가을이 와서 있다 사과 배가 탐스럽다 가을배추 무가 소담스럽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올 추석에도 차례준비는 재래시장에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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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오픈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은 진하게 다가오는 울림이 있다 예전에 시장은 좀 슬펐다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아픔이 있었다 그때의 보통 사람들은 슬프고 서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시장아줌마를 잡고 모퉁이에 돌아앉아 서로 붙들고 울었다 애환을 서로 나누던 곳, 인생을 나누던 곳이었다 그 세월을 디디며 살아온 삶이 있었던 곳,
이제는 더 이상 시장은 슬프지 않다
사람이 넘쳐나고 생기가 넘치는 곳, 이제 그곳에는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정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