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농사는 마음이 풍년
농장에서 가꾼 채소를 이웃에게 나눠주네요
오늘도 새댁 네가 농장에 다녀온 모양이다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채소가 왔어요!'라고 하며 문고리에 채소 한 봉지를 걸어두고 간다 새댁 네가 직접 농장에서 키운 각종 채소를 집집마다 골고루 나누어 준다 상추, 오이, 가지, 풋고추... 제법 농사를 잘 지어서 깜짝 놀랐다 이웃과 나눠 먹으려고 하는 그 마음이 감동이고 요즘 보기 드문 너무 예쁜 젊은 부부다 올여름에도 이미 수없이 얻어먹었는데도 이번에 또 가져왔다 새댁네는 부모에게 유산으로 받은 경기도 외곽에 600평 쯤되는 땅에 감나무를 심어 놓았다고 했다 한쪽 여분에 온갖 채소를 심어서 이웃과 푸짐하게 나눔을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텐데 꾸준히 몇 년째 선행을 베푼다 부부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틈새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고 있고,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서 이젠 진짜 농사꾼 같다 서울에서 농장까지 거리가 있어서 농사일을 하기에, 힘이 많이 들 텐데 농사가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 손이 덜 가고 수확할 수 있는 감나무를 모두 심어 놓았다고... 감이 익을 무렵이면 이웃에게 나눠 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우린 뻔하게 받아먹는다 이웃을 잘 둬서 매년 마음이 풍년이다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마트에 다녀오면서 가을빛을 머금은 예쁜 사과 한 봉지를 사서 주었더니
'이러시면 안 돼요! 야채 나눠주고 더 좋은 선물을 받네요'한다 안 받겠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눈빛을 보고 감사의 정을 나누었다 새댁은 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어른을 대하는 손길이 너무 다정하고 웃음이 예쁜 사람이다 그 댁은 평소에도 밝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피아노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집이다 오랫동안 오가며 보고 느낀 뭔지 모를 선한 모습이 있다 나눔에 진심인 사람이고 나눔에 사명 있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새댁 남편이 교회에 목사인가? 아님 전도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단한 수고로움이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라고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직업은 둘 다 평범한 직장인이고 젊은 부부가 진심에서 나오는 순수한 모습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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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대단한 것에 행복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작고 소소한 것에 마음이 녹는다 서로를 아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는 것이 행복 중에서도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작고 별것 아닌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채소를 나누며 행복한 마음이 내게 전해지고, 그걸 다시 식구들하고 나누어 먹으며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우리 가족은 또 행복해한다 주기적으로 입가에 미소 지을 수 있게 행복을 가져다주어서 새댁에게 늘 감사하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가 없으면 쉽지 않은 것인데 젊은 부부가 대단하다 농사라는 것은 계절마다 변하는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고 주기적으로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돌봄과 농부의 피와 땀의 시간이 그곳에 충분히 쓰인 것의 결실이 농사인데,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서 두 사람이 거기에 쏟은 날들이, 너무 값지고 훌륭하다 그 노고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은 나눠준 채소를 '감사하며 맛있게 먹었을 테고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처럼 또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싶다
선행을 하는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좋은 기운을 마구마구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이다 그 다름이 행복의 기운을 몇 년째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조금 수고롭지만 달리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게 어려운 일인데 그 밑바탕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다 보통사람들과 구별되는 마음결을 가지고 있고 달라도 예쁘게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에게 동요한다
'따뜻하고, 그 손길이 너무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