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인문 철학
길을 잃었다고 느껴지는 날,
발아래의 그림자조차 내가 아닌 듯 서늘한 날,
오래된 책장을 조심스레 연다
먼 시대를 살다 간 현인들이
먼지 쌓인 마음의 문을 톡톡 두드린다
소크라테스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정답을 가진 자가 아닌,
질문을 놓지 않는 자가 성장한다고
흔들림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고
불안 속에서 그 길은 장애물뿐이다
플라톤은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가리킨다
빛을 찾는 길은 견디는 시간 속에 있고,
넘어짐은
현실의 층을 더 깊이 깨닫는 통로라 한다
세네카는 마음의 주름을 매만지듯 속삭인다
존중은 타인을 위한 예가 아니라
내 품격을 지키는 기둥이며,
부드러움 속에서 진짜 강함이 자란다
키케로는 바람처럼 지나가며 말한다
기세란 목청이 아닌,
조용히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맥박이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
그것이 삶의 품위다
아리스토파네스의 가벼운 웃음은
진실이 무겁기만 한 건 아님을 알려준다
유머 속에서도 통찰은 빛나고,
가벼움 속에서 진리가 깃들기도 한다
철학은 먼 학문이 아니다
오늘을 견디는 것은
작고 소소한 유연함이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모으는 결이다
최선이란
포기하지 않는 작은 발걸음의 연속이다
오늘도 조용히 묻는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 물음 하나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안의 빛을 다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