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진심에 오래 머문다

삶에서 묻어나는 따스함 인심

by 현월안




동네 떡집 앞을 지나는 길은 조용한 유혹으로 가득하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한겨울의 입김처럼 따스하고, 그 사이로 묻어 나오는 고소한 쌀 냄새는 오래전 기억을 은근하게 불러온다. 사람마다 마음을 흔드는 향기가 있다면, 나에게는 아마도 떡에서 피어나는 쌀 내음일 것이다.



친정은 종갓집이라 제사가 많았다. 행사가 많았고 떡이 빠지지 않았다. 제사 때마다 쪄 내던 시루떡과 절편, 쫄깃한 인절미, 뽀얀 백설기까지, 그때의 떡은 음식을 너머 종가의 시간과 정성이 든 별미였다. 그 시절, 어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던 따뜻한 온기는 지금도 내 기억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떡집을 지나칠 때면, 종종 떡을 산다. 따끈한 떡이 봉지 속에서 김을 내며 숨을 쉬고, 그 기억, 그때의 내음을 한 움큼 쥔 채 걸음을 옮긴다. 세련된 빵집과 화려한 대형마트가 도로를 가득 채우는 세상에도, 작은 동네 떡집은 여전히 불티나게 바쁘다. 그 정갈함 뒤에 묵묵히 쌓여 있을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요즘 불경기라지만, 그 떡집에는 사람이 줄을 선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가게에는 이유가 있다. 떡이 맛있어서일 수도 있고, 가격이 착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도 인심이고 맘껏 내어주는 친절이 아닐까 싶다. 떡을 고르면 덤으로 하나 더 올려주는 마음과, 손에 들린 봉지가 묵직하면 맛있게 드시라는 한 마디를 잊지 않는 순수한 마음, 작은 가게에서 오래된 사람의 온기와 마주한다.



요즘 물건을 사러 가게에 들어가면서도 마음을 챙겨 나오는 경험이 드물다. 편리함이 세상을 이끌고, 빨리빨리가 미덕이 되고, 그 안에서 왠지 점점 가벼워지고 텅 비어 가는 듯하다. 그런데 그 떡집은 다르다. 떡 하나 사러 들렀을 뿐인데, 떡집 부부의 인심이 내 손끝에 닿는다. 떡집의 온기가 진하게 마음까지 데워준다.



세상에 있는 가게가 그 떡집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하고, 빠르진 않아도 따뜻하고, 언제 찾아와도 반겨주는 그런 관계. 서로에게 덤처럼 작은 배려를 얹어줄 수 있고, 어느 날 마음이 추워 찾아갈 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에서 또 따스한 미소 한 조각을 건넬 수 있는 관계.



요즘은 그 떡집에서 떡국떡을 사다가 떡국을 자주 끓여 먹는다. 떡국의 맑은 국물은 마치 세월의 결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고, 하얀 떡 국물은 소고기가 들어가서 더 깊은 맛이 난다. 사람의 온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떡집에서 시작된 따스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삶은 서로를 조금씩 데워가며 사는 일이다.



삶은 화려함보다 진심에 오래 머문다. 세련된 공간보다 사람 냄새나는 곳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빠르게 지나치는 시간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떡 한 조각의 온기에 편안해진다. 삶은 거창한 것보다 작은 온기가 살게 한다. 그 단순하고도 오래된 진실을 떡집에서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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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 떡집을 지나며 따끈한 떡 한 봉지를 품에 안는다.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도,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건 그 작은 따뜻함이라는 것을, 그 떡집이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