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축복일까

사라의 아름다운 미모는 고독이었다

by 현월안




아름다운 것은 축복일까? 성경에서 공주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사라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은 축복의 옷을 입은 시련이고, 찬란함 속에 감춰진 어둠이기도 했다. 사라의 남편 아브라함은 믿음이 좋았다. 그러나 사라 앞에서는 믿음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그는 예쁜 아내를 잃을까 봐 두려워, 사라를 아내가 아니라 누나라 속이며 자신을 보호했다. 그 두려움은 아내를 타인의 손에 내몰았고, 사라는 성폭행의 위기에 여러 번이나 노출되었다. 위기 앞에서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라는 너무 아름다워서 매번 위험에 노출되었다. 사라의 삶은 늘 긴장과 감시 속에 놓여 있었다. 아름다움은 그녀를 가두는 벽이 되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흔히 아름다움은 축복이라 말하지만, 그 축복은 누군가의 탐욕과 두려움 앞에서 너무 쉽게 돌변한다는 상황은 사라의 생애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라의 고통은 외모뿐만 아니라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불안이 있었다. 혼인을 하면 아들을 낳아야 하는 전통 속에서 사라는 또 삶의 벽에 부딪혔다. 아이를 낳지 못한 죄책감과 타인의 시선은 그녀를 끝없는 자기 비난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사라는 여종을 남편에게 들여보내야 했고, 그 여종이 아들을 낳자 집안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리고 나중에 사라는 기적처럼 아들을 낳았다. 이미 사라는 상처받은 마음은 되돌아올 곳을 잃었다. 사라는 여종과 아이를 내쫓고, 그날 이후의 시간은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가 되었다.



아름다운 사라의 마지막 장면은 더 씁쓸하다. 사라 남편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겠다며 산으로 올라가는 장면 이후, 성경은 그녀의 죽음을 기록한다. 마치 그 사건이 그녀의 내면에 남긴 상처가 삶의 불꽃을 꺼뜨린 것처럼 쓸쓸하다. 사라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그녀에게 고독이었다. 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언제나 홀로였고, 더 조심스러웠고 말할 수 없이 외로웠다. 그녀의 삶을 보면 아름다움은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요즘 살아가는 세상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너무나 예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진다. 그런데 유난히 예쁜 사람은 보통 두 가지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다. 감탄하는 시선과, 위험한 시선이다. 사랑스러움과 질투와 호의와 욕망과, 보호하려는 마음과 넘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 시선이 뒤섞인 채로 따라붙는다.


종종 예쁘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 아름다움 뒷면의 그림자는 좀처럼 상상하지 못한다. 예쁜 사람의 뒷면에는 깊은 피로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길을 걸을 때의 시선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의 선입견, 그리고 예쁜 사람은 이러해야 한다는 시선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기쁨인 동시에, 타인의 욕망이 마음대로 투사되는 스크린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외모를 관리이기도 하지만 개조하는 것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인다. 의학의 도움으로 기술의 도움으로 소셜미디어의 필터로, 사람들은 모두 한 방향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이 저마다의 선택이라면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욕구 뒤에는 아름다워야 살아남는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이 숨어 있다.



문득 사라의 삶을 떠올리면, 그 어떤 흐름이 가끔 애잔해진다. 아름다움이 때론 더 빛나게 해주기도 하지만, 또 더 많은 시선 앞에 내던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단지 예뻐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안전하고 싶고, 누군가의 눈에 소중해 보이고 싶은 더 깊은 갈망이 그 속에 숨어 있을 것이다. 사라가 뭇사람들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아름다움을 갖고 싶은가' ,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살 것인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살 것인가'



아름다움은 시선의 문제지만, 사랑은 마음의 문제다. 시선이 머무는 곳은 순간이지만, 마음이 머무는 곳은 시간이다. 시선은 사람을 소비하지만 마음은 사람을 품는다. 요즘 시대의 아름다움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경쟁적이 되고 획일화되어 간다. 그러나 진짜 아름다움은 언제나 사람에게로 향한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 사람을 소유하려는 시선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가 느끼는 불안과 상처까지 보듬으려는 시선에서 진짜 아름다움은 생겨난다. 사라의 미모는 사람들의 탐욕을 불러왔지만, 그녀의 삶이 많은 이에게 남긴 것은 미모보다 더 깊은 질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시선을 건네고 있는가', '나의 사랑은 다른 이의 삶을 가두는가, 자유롭게 하는가'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따뜻한 눈빛은 길러지는 것이다. 시선은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은 남는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세심한 관심과 조용한 배려야말로 요즘 필요한 새로운 미의 기준일 것이다. 사라는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고통받았다. 그러나 사라가 살아내지 못한 한 가지, 누군가의 아름다움이 위험이 아니라 축복이 되는 세상 말이다. 그 세상은 거창한 도덕이나 위대한 종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주 소박한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머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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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옛날이건 요즘 세상이건 아름다움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는, 태초부터 시작된 인간의 욕망이다. 절대 꺼지지 않는 인간의 갈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