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어느덧 달력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마음은 묘하게 갈라진다. 송년회와 모임으로 들뜨는 기운 한편에는, 정리해야 할 시간과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품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나에게 묻게 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부르고, 마음의 정리는 또 새로움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달은 그렇게 뒤돌아봄과 앞을 내다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천주교 전례에서 겨울은 '대림'이라 불린다. 세상의 달력은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이지만, 천주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향한 기다림으로 한 해를 연다. 대림 1주일부터 한해 주기를 따진다. 대림 시기는 성탄 전 4번째 주일부터 시작하며, 올해는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이 시작되었다. 대림은 기다림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물음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이미 알고 있는 기쁨을 다시 맞이하기 위해, 아직 오지 않은 빛을 향해 마음의 등을 켜는 시기다.
기다림은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오래된 은유다. 어릴 적 방학을 기다렸고, 소풍날의 설렘을 기다렸으며, 누군가의 약속과 전화 한 통을 기다리며 시간을 견뎠다. 어떤 기다림은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내 앞에 도착하지만, 어떤 기다림은 간절함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곳에 머문다. 병상에 누운 가족의 회복을 기다리고, 불확실한 내일의 안정을 기다리고, 기약 없는 화해와 용서를 기다리는 일들. 삶의 많은 기다림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린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다림은 오늘을 또 내일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일어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일을 향해 마음을 내어주는 시간, 그것으로 이미 삶을 변화시킨다. 희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희망을 품는 순간 삶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희망의 역설이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간은 이 역설을 깊이 보여준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세상은 이미 빛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구간이라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된 그 탄생은, 힘과 지배가 아닌 사랑과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의 선언이다. 예수님의 삶은 기다림과 사랑임을 알려준다. 서두르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 그것은 상대가 변하기를 기다리는 인내이고,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부모가 자녀의 내일을 믿으며 오늘의 고단함을 견디듯, 인간은 희망을 품고 지금을 살아낸다. 희망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절망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책임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희망은 개인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 속에서 자라고 공동체 안에서 확장된다. 예수님의 사랑이 그러했듯, 희망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향해 열릴 때 빛을 낸다. 작은 친절과 늦은 이해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기다림이 되어 줄 수 있다. 서로의 희망이 되어 주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덜 차갑고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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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잠시 걸음을 늦추어 본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왔는가.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어둠 한가운데서 켜지는 작은 불빛처럼, 겨울이 저마다의 삶에 조용한 희망으로 내려앉기를 소망한다. 희망 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을 품는 순간 이미 사랑 안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오늘을 견디게 하고 내일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대림이 인간에게 건네는 오래된 삶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