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도 때로는 용기다

선의도 언제나 예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by 현월안




횡단보도에서 조금 앞서 걷던 한 남자는 커다란 헤드폰을 낀 채 옷 뭉치를 한 아름 옆에 끼고 빠르게 지나갔다. 그의 걸음에는 여유가 없었고, 어딘가 모를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옷 한 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한 채 그대로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내 앞에 떨어진 옷을 보며 잠시 멈췄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생각들이 쉼 없이 지나갔다. 불러야 하나, 알려야 하나, 아니면 직접 주워야 하나. 이미 그는 꽤 멀어져 있었고,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 내 목소리가 닿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망설임은 고작 2~3초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수많은 가능성을 떠올리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떨어뜨린 옷 주인은 점점 멀어졌다. 순간 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배에 힘을 주고 이름 없는 외침을 준비하는 찰나, 내 뒤에서 한 남자가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는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떨어진 옷을 낚아채듯 집어 들고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에는 계산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직 떨어진 옷을 집어 들고 내 달렸다.



옷을 흘린 남자는 걸음이 빨랐다. 주은 옷을 들고 따라 간 사람은 그를 따라잡기까지 꽤 숨이 찼을 것이다. 마침내 그에게 옷을 건네자, 헤드폰을 벗은 남자는 깜짝 놀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을 멀리서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 짧은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각자의 삶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나는 왜 소리부터 지르려 했는지, 그 사실에도 놀랐다. 같은 선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선의가 밖으로 드러나는 방법은 이렇게나 달랐다.



분명 도와야 한다고 생각은 있었지만 그러나 그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혹시 오해를 사지는 않을지, 괜히 나섰다가 어색해지지는 않을지, 내 행동이 과한 친절은 아닐지. 그렇게 셈을 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선의는 언제나 예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은 종종 망설임과 함께 찾아오고, 계산을 하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또 내가 안전한 상황이 되길 바라기도 한다. 그 두 마음이 부딪힐 때 행동은 늦어지고 어정쩡해진다.



그날 옷을 주워 달려간 남자는 어쩌면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작은 친절 앞에서, 그는 바로 움직였다. 그 차이는 용기이고 순간을 대하는 차이였을 것이다.



삶은 이렇게 예고 없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길 위에서 떨어진 옷 한 벌, 잠시 멈춘 신호등에서... 인간관계의 철학은 바로 이런 우연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주 사소한 선택의 방향에서 말이다.



그날 옷을 주워서 주지는 못했지만, 대신 중요한 것을 주워 들었다. 선의는 마음속에만 머물 때보다 행동으로 옮겨질 때 온기를 가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온기는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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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선의조차 늘 매끄럽지 않다. 때로 망설이고 늦고, 때로는 한 발 뒤에 서서 누군가의 등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순간 역시 삶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조금 더 용기 있는 마음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