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나
가까운 지인과 동네 고등어구이집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은 주문을 받으며 멋쩍은 표정과 얼굴 위에 망설임이 보인다. 고등어구이는 어느새 2000원이 올랐고, 메뉴 이름은 고등어+삼치구이로 바뀌어 있었다. 이유를 묻자 주인은 짧게 웃으며 말했다. "고등어가 너무 비싸져서요" 말끝이 흐려졌고 식탁 위에는 반 마리의 고등어와 작은 삼치 한 조각이 놓였다. 가격은 올랐고 양은 줄었다. 주인의 틀리지 않은 선택이지만, 조금은 어색한 장면이었다.
예전엔 줄을 서야 했던 식당인데도 연말의 북적임은 없었다. 인근 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실내에는 음악은 그대로 있고 손님이 줄어든 건 체감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 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동네 전체의 기류처럼 느껴졌다. 지인은 유학 보낸 자녀의 학비 이야기를 꺼냈다. 원 달러 환율 그래프가 그의 하루를 가른다고 했다. 숫자로 오르내리지만, 그 파장은 모두의 식탁까지 밀려온다. 환율이 오르면 밥상 물가가 오르고, 다시 마음의 무게를 키운다.
동네 편의점 진열대에는 새해부터 인상이라는 안내문이 큼직하게 붙어 있다. 과자, 음료, 디저트까지 가성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자체 브랜드조차 최대 25% 인상이라고 한다. 작은 과자봉지 하나에도 온 세상의 사정이 담긴다. 흔히 세상의 경제를 멀리 있는 이야기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바로 한 가정의 먹거리와 주머니 사정이다. 전쟁과 공급망의 흔들림과 기후의 변화와 금융의 불안은 통계로만 남지 않는다. 그 결과는 한 끼의 밥과 한 잔의 커피, 아이의 학비와 집안 곳곳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허리띠를 졸라매면 괜찮을까. 절약이 미덕이지만, 삶을 오직 긴축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물가가 오를수록 더 단단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포기하고 또 무엇을 지킬지를 묻는 기준 말이다. 고등어 반 마리가 줄어든 자리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마도 그 체감을 깊이 그리고 똑바로 인식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경제는 늘 순환하고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현실은 냉정하지만 선택은 여전히 저마다의 몫이다. 비싸진 고등어 앞에서 환율을 보며 경제를 읽어내는 일과 편의점의 가격 인상 안내 앞에서, 현명한 긴축을 하고 더 세밀하게 균형을 가져야 하지 아닐까,
삶의 철학은 서로 선 순간의 방향에서 연결된다. 세상은 모두 같은 파도 위에 있지만, 서로가 다투지 않아도 또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식당의 사정이 조금 어두워진 날에도, 커피숍의 빈자리가 늘어난 오후에도, 사람 사이의 온기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경제의 언어가 차가울수록, 세상에는 또 더 인간적인 언어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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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 걱정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졸라매야 할 것은 허리띠만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을 한 번 더 다잡고, 나의 사정과 시선을 단단하게 다독여야 한다. 가격표 아래에서 지켜야 할 것은 받아들임이고 또 오르는 물가 속 삶의 존엄이다. 그 믿음이 있다면, 반 마리의 고등어 앞에서도 여전히 한 끼의 품위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