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호기롭게 1일 1브런치를 포스팅하겠다는 나만의 프로젝트는 한 계절도 넘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만둔 이유는 순전히 나의 게으름 탓.
당시에는 글쓰기를 멈춰야만 했던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4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게으르고 끈기 없는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당시에 갖다 붙인 변명들과 의식의 흐름들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보려 한다)
마지막 포스팅 이후 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행스럽게 취직에 성공하여 4년차 직장인이 되었고, 남들처럼 코시국에 주식 투자에 뛰어든 3년차 주린이로, 전에 모르던 많은 것을 배웠다. (배웠다고 했지 벌었다고는 안 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함께 있으면 늘 재밌는 사람을 회사 동기로 만나 가정을 꾸린 2년차 남편이 된 것이다.
몇 단계의 의미 있는 관문을 통과하며, 무탈한 삶을 이어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2021년 12월이 되어있었고, 올해를 뒤돌아보다 외면하지 못할 나의 현실을 자각했다. 올해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는 사실과, 소소한 결실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고, 이대로 있으면 2022년뿐만 아니라 점진적 하향 곡선 국면에 접어들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사양산업의 소형주가 될 거란, 어쩌면 이미 되어버렸다는 암울한 자각이었다.
12월 한파와 동시에 찾아든 자각 이후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목록을 만들었고, 실행에 관한 기록들을 다시 브런치에 써보자고 결정했다. 새해가 되면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미루기엔 남아있는 올해의 열흘 남짓이 소중해 보였고, 이런 조바심이 싫지 않았다.
브런치는 나의 실패가 남아있는 공간이지만, ‘실패’보다는 ‘남아있는’ 사실이 지나고 보니 다행스럽다. 이곳에서 다시 기록을 시작하며 과거의 글과 시작될 글을 비교해보면서 지난 4년간 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그 변화는 성장과 퇴화 중 어디에 가까웠는지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