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능 프로의 마지막은 실패로 끝난다. (시즌제 예능이 생긴 지금은 다를 수 있지만..) 10년 넘게 최고의 시청률, 화제성을 기록한 무한도전 조차도 마지막 회차는 명성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무한한 도전은, 역설적으로 실패를 맞이한 채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의 마지막 조차도 그러했는데, 나의 브런치 포스팅이 실패가 아닌 결말을 맞이하는 게 가당키나 할까.
하루에 1,000자씩, 요일별로 정해진 주제와 관련된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실패 전까지 하고자 하는 일이다. 1,000자는 스스로 계산해본 일일 지속 가능 분량의 최소치(그 정도면 브런치가 아니라 트위터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와 최대치(그 정도면 퇴사하고 글만 써야 하지 않을까?) 사이에서 찾은 타협안이다. 주제를 한정한 것 또한 주제 선정과 조사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글감을 찾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무한도전처럼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지만, 나는 김태호 PD가 아니니까 나와 친숙하고 관심을 갖는 주제 안에서 돌려 쓰고자 한다. (그럼 나영석 PD냐고 묻는다면…죄송합니다)
올리는 모든 글이 좋을 수는 없을 테고, 읽다 보면 주제가 도전하는 이유가 아닌 무도 리뷰였던 건가? 하고 헷갈리는 오늘 같은 글도 나올 것이다. 주제가 일관된다 해도 그 안에 담긴 문장들이 투박하고 지루한 내용들로 가득한 날도 심심치 않게 생길 테지만 타율은 다음 문제이고, 우선 타석에 매일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무한도전의 마지막 회를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어도, 무한도전을 실패한 예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무도가 남긴 반짝이는 순간들 때문이다. (무도는 반짝 보다는 번쩍번쩍이 어울리지만)
계속 무도를 언급하며 어그로 끄는 것 같아 찝찝하지만, 나의 이번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 꺼내봄직한 글이 무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너 개쯤 남았으면 한다. 실패가 최대한 뒤로 미뤄지기를, 최소한 내년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뒤죽박죽인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