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수 Sep 13. 2015

캔디정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스무 살  혈기왕성했던 나는 '캔디정신'이라는 단어에 심취해있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더 설명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어느 날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올라 한동안 나를 지켜주었던 단어였다.

그러다 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조차 울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이 단어를  마음속으로도 외치는 일이 없어졌다.


어떻게 보면 내가 몰랐다는 게 바보스럽게 느껴질 만큼 당연한 사실이다. 눈물이 날 때는 울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마음이 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척 해댔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대학교 2학년 가을인가 겨울쯤이었다. 애니어그램이라는 심리 검사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 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선 나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7번 유형이었다. 


(애니어그램에 대해 궁금하시면 네이버에 검색해보세요! 단순하고 쉬운 검사는 아니라 공부 수준으로 고민을 많이 해보셔야 하지만 한 번쯤 해보시면 자아 찾기에 많은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7번 유형은 짐 캐리, 모차르트, 피터팬과 같다고 한다. 열정, 다재 다능, 긍정, 개방적, 충동적, 광적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인물.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나를 모를 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외의 결과였다. 그런데 찬찬히 과거의 일들과 내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7번 유형의 장점도 무수히 많지만 그때 내게 와 닿았던 것은 내가 모르고 있었던 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슬픔, 불행, 고통에 직면해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 피해버린다는 것. 나는 그냥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 다 좋은 줄만 알았다. 그런 성격이 좋은 성격인 줄 알았고, 그게 진짜 긍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또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7번 유형은 그 성향이 남들에 비해 좀 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뭔가를 열심히 했다가 실패할 것이 무서워서 차라리 그 전에 다 포기해버리는 편이었고, 그래서 결과가 나빠도 "내가 열심히 안 해서 그래", "딱히 성공하길 바라지도 않았어"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로 포장하곤 넘겨버렸다. 이외에도 과거의 내 이상한 행동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부끄러웠다.


그 이후론 공부든,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좀 더 진지하게, 진심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4살인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 많은 것들에게 내 온 마음을 주고, 그리고 또 온 마음을 다해 아파하고 있다. 진심을 들이는 만큼 감정 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나중에 이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그때 나는 분명히 아름다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이  '캔디정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충분히 아파했다면 슬픔에 계속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러면 슬픔이라는 감정이 내가 되고, 습관이 된다. 이제는 빠져나와야 한다. 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웃으며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아침이 시작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