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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12. 2015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아직 가진 게 많은 사람


조금 완곡한 표현으로, 나쁜 생각까지 들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고 내 몸 다치는 게 무서워 어떤 것을 시도하진 않았지만 만약 어딘가 On/Off 스위치가 있어서 내 인생을 이대로 꺼버릴 수 있다면 미련 없이 꺼버리고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에겐 '타인 상실'보단 '자기 상실'이 더 문제였던 것 같다. 분명 나는 나 자신이었지만 나 자신이 아니었다. 내 생각과 행동의 주체가 내가 아니었다. 마치 어딘가에 홀린 사람 같았다.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럴 수가 없었다. 힘들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니까. 보통 우리가 무거운 짐을 옮기려고 할 때, 들고 있을 때 "아 힘들어!"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뭔가를 들 수 있을 때나 나오는 말이다. 나는 힘들지 않았다. 내 손으론 아무것도 들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친구와 통화 중에 "나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몇 번이고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알았다. 내가 많이 괜찮아졌구나, 하고.


물론 오늘도 나는 '조금 완곡한 표현으로, '를 쓰며 눈물을 흘렸고 그래서 휴지를 가지러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밖에 없었지만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잘 잤니, 지금은 좀 어때, 괜찮니, 맛있는 거 먹고 힘내, 니 잘못이 아니야 하고 말해주는 내 사람들.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은 내게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하고 말해주었다. 아마 내겐 이들이 정신과 의사선생님이자 심리상담 선생님인 것 같다. 내가 마음 놓고 기댈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내가 조언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자 복이다.


지금 받은 이 마음을 언젠가는 나도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바라며, 고마워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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