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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05. 2015

일단은 예쁜 곳으로 가자

음식 선택에 작용하는 미적 취향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제주도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가 구체적으로 정의해주어서 부정할 수 없었던 사실. 나는 예쁜 음식을 좋아한다?


예쁘다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친구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해물 칼국수'나 '고기 국수'가 솔직히 더 맛있었다. 제주도 간다는 사람들 있으면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그 음식들이 안 예뻤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내 미적 취향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 커버 이미지로 올린 태희 카페의 수제버거였다는 것이다.


음식을 고르면서 우선 예쁜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내가 특이하지 않느냐고 우쭐대는 것도 아니다. 나 같은 분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 음식 선택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듣다 보니 그것이 재밌어서 짧은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어렸을 땐 내가 먹을 음식을 내가 선택할 권한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므로, 가까운 과거부터 돌이켜 보자.


22살에 친한 친구와 떠났던 35일 간의 유럽여행에서 나는 굶주릴 때 조차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먹는 음식이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스키에서였던가? 친구가 한국에서 챙겨왔던 '오징어 짬뽕'을 정말 맛있게 먹긴 했지만, 쌀밥이 그립다거나 김치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최근에 엄마는 하루 종일 쌀밥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나를 신기하게 여기곤 하신다.


뭐랄까, 사람은 또 입맛이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기 마련이니 나중에 나는 또 어떻게 살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내가 이대로 나이가 들어 싱글로 쭉 살게 된다면? 살기 위해 음식을 배우든가, 아니면 지금처럼 아무 의욕 없이 1~2분이면 준비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두고 살겠지? (ex. 요거트, 시리얼, 우유, 라면, 빵 등등)


아무튼 이렇다 보니 나에게 좀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오늘도 대충 시리얼이나 말아먹었냐, 밀가루 좀 그만 먹고 밥을 먹어라, 우리는 만나면 한식 이런 건 잘 안 먹으러 가는 것 같다 라고들 하신다.


그럼 나는 왜 음식 선택에 있어서 이토록 편협한가?라고 생각해본다면 답은 간단하다. (외식일 경우)

나는 예쁜 가게가 좋으니까. 음식의 종류도, 맛도 중요하지만 가게의 인테리어라든가 분위기가 예쁘면 일단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사람들이 자기 취향의 미술작품을 보면 황홀해지듯이 그런 거다. 그런데 그런 가게들은 대부분 서양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고, 그러니 자연스레 나는 그런 음식들만 주로 먹게 되는 것이다.


한식, 중식, 일식이 싫어서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음식은 웬만하면 다 잘 먹는다. 그래도 기왕이면 예쁜 곳으로 가자고 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랄까!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행복해진다면 다른 이유가 뭐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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