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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Oct 07. 2015

다시 시작된 습관

노래를 흥얼흥얼


길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면서 옆을 지나가면 자기 귀에다 대고 부르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는 이야기들을 가끔씩 듣곤 한다. 음, 그런데 내가 바로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다니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 기억엔 길에서 처음 보는 누군가를 그렇게 짜증스럽게 만든 적은 없는 것 같다. 낯선 사람이 내 시야에 있을 땐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게 되니까. 하지만 내 무의식이 혹시나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적이 있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어렸을 때는 동요, 만화 주제가를, 조금 크고 나서는 가요에 가끔은 트로트까지 기분이 좋을 땐 늘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니곤 했다. 정말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가끔은 또 내가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게 내 습관이자 버릇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스무 살 때였다. 학교 동기들이 거의 부산이나 울산 사람들이고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그 친구와 자연스레 자주 붙어 다녔는데, 어느 날 내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예전엔 나와 알게 된 지 얼마 안됐을 때라 바로 얘기하지 못 했는데 가끔 같이 있을 때 놀랐었다고. 내가 언제 너를 가장 당황시켰느냐고 물어보자 편의점에서 였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내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말을 거는 줄 알았는데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버스에서나 길 걸어다니면서나, 아무튼 나와 같이 있으면서 그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나서는 '이게 얘의 습관이구나' 생각하고 적응을 했다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노래를 불러대서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인 줄은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나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만 같던 이 습관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서 싹 사라져있었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거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엔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주로 발랄하고 산뜻한 멜로디들을 흥얼거리는 편인데, 요즘 내 입에서 아이유의 유애나송이나 modern times, 존박의 good day 같은 노래들이 맴도는 걸 보면 나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늘 세상을 아름답고 예쁘게 보던 나로 돌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또 집 앞에 가로등 켜진 밤 길을 걸으며 즐거워하던 나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이건 분명 좋은 신호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덧붙여, 최근에 알게 돼 자주 듣고 있는 노래들 추천!

신현희와 김루트 - 캡송, 오빠야, 신현희와 김루트

루나플라이 -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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