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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Oct 21. 2015

한번 마음먹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진중할 것 같고 생각 깊을 것 같고, 신중하고 똑똑한 사람일 것 같지만 나는 정말 그런 수식어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는 그런 이미지를 풍기고 있어서 나를 알게 된지 얼마 안됐거나 그냥 알고만 지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열고 만나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마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1에서 10까지 고려해야 할 문제를 다만 3 정도면 이제 충분하다며 남은 7을 내 직관에 맡기고 도박을  종종하기도 하며,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통보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도 있다. 좋게 말하면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사람이고, 조금 안 좋게 얘기하면 위험하고 걱정되는 사람이랄까?

 그런데 24살의 따뜻한 가을을 지내고 있는 나는 지금 조심스럽고, 두려워하고 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나 괜찮은 거야?'하며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있다. 일단 한번 마음을 먹고 나면 마치 카트라이더 게임에서 '뚜-, 뚜-,'하고 START가 뜨면 부스터를 키고 치고 나가듯 할 내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라는 걸 이제는 잘 알기에 자꾸만 멈칫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한숨으로 흩어질 기억'에 깊게 정 주거나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어딘가에 자리 잡아 버렸다.  마음속에 어떤 문장들이 심어져 있는 지에 따라 이렇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미안하다. 이토록 좋은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덜컥 겁이 나다가도, 지금 내게는 어쩐지 붙잡아 두는 것이 더 벅차게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하나씩 찾아 주워 담아 볼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또한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이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점심도 맛있는 걸로 든든하게 채우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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