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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Oct 15. 2015

얼마 전에 네 생각을 했었어


 시험기간이라고 오랜만에 간 도서관에서 고등학교 친구 둘과 우연히 마주치게 됐다. 공부하다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누가 날 불러 세워서 봤더니 어?! 하고 인사를 하려는데 옆에 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더! 고등학교 다닐 적에 내가 꽤 좋아했던 친구들이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 놀라웠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마주쳤을 때 이렇게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할 수 있는 관계가 많지 않은데 어제는 참 기분이 좋았다. 뭐, 내 인간관계가 특별히 나쁘다기보단 서로 친했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레 멀어져버려 내 마음은 반가워도 괜히 아는 척하면 상대방이 너무 놀라버리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 드는 관계들이 있달까. 아무튼 얼굴을 보는 순간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친구도 나도 마냥 수다만 떨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고 왔다. 


 친구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내 생각을 했다고, 어떻게 사나~ 궁금했다고 해주는 그 말이 참 고맙고 듣기 좋았다.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중에 하나가 나일 수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존재일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친구들 또한 나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기도 하고.


 어제 그 만남의 연장선인지, 오늘은 또 다른 친구 생각이 난다. 중학교 시절에 자주 붙어 다녔던 친구인데, 순수하고 엉뚱한 감성이 귀엽고 그래서 쿵짝이 잘 맞았다. 2년 전인가 그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을 때 친구가 내게 해 준 말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나랑은 연락을 자주 하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지만 언제나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사실 연락이 끊어지다시피 했었는데 나를 그렇게 생각해줬다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사람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게 이럴 때 하는 말인가 싶었다. 


 화나라는 래퍼의 '시간의 돛단배'라는 노래가 있다. 딱 어제의 나처럼 친구를 오랜만에 마주친 그 마음이 담겨있는 노래인데, 내가 아마 이걸 중학교쯤부터 들어왔을 것이다. 그때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막연히 한 10년, 20년 뒤에 내가 이 상황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생각만 했는데 요즘은 참 이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썼을 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아무튼 들어보세요. 노래 정말 좋으니까! 들어보시면 다들 이런저런,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이들 떠오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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