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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Nov 30. 2015

덜컹, 덜컹

 엔진이라도 고장나버린 자동차 같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고물차. 팽팽하지 않은 타이어를 억지로 끌고 가려니 자꾸만 삐그덕 삐그덕,  덜컹덜컹 대는 그런 차. 험한 비포장도로도 아닌데 대체 뭣 때문인지 자꾸만 멈추려고 해서 운전자를 돌아버리게 하는 그런.


 차라리 내가 그런 차였으면 아무 감정도 못 느꼈을 텐데. 그냥 조금 난폭한 운전자한테 발로 몇 번 걷어차이고 폐차로 생을 마감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내 열 손가락 끝까지 어떤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좋은 의미의 그런 핑크빛 두근거림이 아니라, 어떤 공포스러운 느낌이 온몸 구석구석 전해진다.


 유치한 비유를 해보자면, 쥐새끼 하나를 잔뜩 겁먹게 만들어 컴컴한 구멍으로 몰아넣곤, 다시 나와보라고 소시지 같은 것 따위로 살랑살랑 냄새로 유혹하는데, 구멍 속에서 조그만 얼굴이 언뜻 보이려던 그 찰나에 소시지를  쿵하고 떨어트려 다시 그 구멍 저 깊은 곳으로 도망치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지금 나는 고물차이자, 운전자이기도 하면서, 쥐새끼이다. 또한, 소시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괜찮지 않고, 어쩌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괜찮고 싶은 지도 모른다.


 무섭다. 나를 잃는 게 두렵다. 이 감정은 분명 걱정이나 염려가 아닌, 공포다. 이제는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던 그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토해내고 싶은 이 순간이, 나를 잃어버리는 이 순간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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