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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Dec 22. 2015

요즘은 내 스물다섯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중.

(려고 노력하)


 기껏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꺼내놓곤 (려고 노력하)를 끼워놓고 낄낄대고 있는 나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스물다섯?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이길래.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너도나도 책 내야겠다며 비웃었던 어떤 책에서는 뭐라더라, 스물다섯이 여자의 터닝포인트랬나. 그래 뭐, 20과 30 사이의 딱 가운데 숫자이면서, 대한민국의 사회적 통념으론 한 인간이 슬슬 자립을 준비해나가야 할 때이긴 하지.


 그 스물다섯이 되기 9일 전인 지금 이 시점에 난, '먼지 쌓인 기타, 먼지 쌓인 건반, 먼지 쌓인 드럼스틱, 거기에 뭘 걸었었는지'라는 누군가의 심오한 노래 가사를 들으며 어제 밤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버린 그린티 그라니따를 깨부숴 먹고 있다. 


 이 부담감을 소화시키기엔 내 그릇이 아직 너무 작고 비좁다. 그래서 담아내지 않으려고 자꾸만 도망 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마음의 준비라는 건 사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라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지만 이미 부담을 한껏 먹어버렸나 보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건 그저 좀 더 괜찮은, 멋있는 어른이 되어줬으면 하는 것. 5살 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되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말고 믿지 말 것. 많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 것. 잠깐의 눈치싸움에 져서 하기 싫은 걸 굳이 하지 말기. 할 건 하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기. 있을 때 잘하기. 잘해드리기. 깊게 느끼고 사색하기.


 참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다. "생각은 단순하고 가볍게 하되, 언행은 무거운 사람이 되자." 요즘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목표다. 그러니까 뭐, 스물다섯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결국 또 이렇게 진지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는 거다. 그저 2016년의 언젠가, 누군가 내게 "잘 지내?"하고 물어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하지, 너는?"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서만 잘 지내면 그게 또 무슨 재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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