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 스물다섯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중.

(려고 노력하)

by 해수


기껏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꺼내놓곤 (려고 노력하)를 끼워놓고 낄낄대고 있는 나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스물다섯?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이길래.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너도나도 책 내야겠다며 비웃었던 어떤 책에서는 뭐라더라, 스물다섯이 여자의 터닝포인트랬나. 그래 뭐, 20과 30 사이의 딱 가운데 숫자이면서, 대한민국의 사회적 통념으론 한 인간이 슬슬 자립을 준비해나가야 할 때이긴 하지.


그 스물다섯이 되기 9일 전인 지금 이 시점에 난, '먼지 쌓인 기타, 먼지 쌓인 건반, 먼지 쌓인 드럼스틱, 거기에 뭘 걸었었는지'라는 누군가의 심오한 노래 가사를 들으며 어제 밤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버린 그린티 그라니따를 깨부숴 먹고 있다.


이 부담감을 소화시키기엔 내 그릇이 아직 너무 작고 비좁다. 그래서 담아내지 않으려고 자꾸만 도망 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마음의 준비라는 건 사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라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지만 이미 부담을 한껏 먹어버렸나 보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건 그저 좀 더 괜찮은, 멋있는 어른이 되어줬으면 하는 것. 5살 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되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말고 믿지 말 것. 많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 것. 잠깐의 눈치싸움에 져서 하기 싫은 걸 굳이 하지 말기. 할 건 하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기. 있을 때 잘하기. 잘해드리기. 깊게 느끼고 사색하기.


참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다. "생각은 단순하고 가볍게 하되, 언행은 무거운 사람이 되자." 요즘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목표다. 그러니까 뭐, 스물다섯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결국 또 이렇게 진지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는 거다. 그저 2016년의 언젠가, 누군가 내게 "잘 지내?"하고 물어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하지, 너는?"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서만 잘 지내면 그게 또 무슨 재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