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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Jun 19. 2016

안정을 위한 결혼이란 마치 따뜻한 프라푸치노 같다.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는 단골 멘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 나이도 있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어온 말이라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결혼을 하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결혼이 진짜로 인간에게 안정을 주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겨우 스물다섯밖에 안된 내가 결혼에 대해서 논하는 게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안정은 오히려 혼자 일 때 갖게 될 확률이 훨씬, 더 크다. 혼자일 땐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을 마음껏 즐기며,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고, 집안일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서 살 수 있다. 가끔은 외로울 수도 있으나 어차피 인간은 누군가의 곁에 24시간 착 달라붙어 있어도 외로움을 타는 존재니 큰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타인과 함께 살기 시작하는 순간 나의 자유는 제약당할 수밖에 없다. 내 영혼의 반려자를 위한 자의라면 그래도 다행이고, 타의라면 "내가 생각한 결혼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혹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를 무한 반복하는 앵무새가 되겠지.

 

 열 쌍의 커플 중에 두 쌍 정도는 서로가 서로의 소울메이트라,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커플들을 제외하곤, 결혼은 오히려 스스로 불안정의 늪으로 빠져들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전혀 다르게 살아온 둘이 만나 함께 사는 것이 결혼인데, 어떻게 안정적일 수 있단 말인가? 결혼으로 안정을 얻겠다는 생각의 근저엔 상대방이 나를 위해 희생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평생을 바치고 싶은 짝을 만나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고, 축복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나 자신이 이 결혼생활에 얼마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가, 내 가정의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은 불안정의 늪에 빠져드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고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 사람과 살아보겠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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