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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Jul 06. 2016

혼자와 우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난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친구들은 대체 혼자 있을 때 뭘 하고 놀까, 궁금해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즐겨했지만, 게임 외에 무언가에 혼자 집중하는 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혼자 보는 영화의 재미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아니면 혼술의 맛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일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엔 더 깊은 감정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요즘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슴 몽글몽글한 상태에 빠져 허우적 대는 것은 대학교 4학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가 아닐까, 하고 자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도 상대적인 만족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누굴 만나 이야길 나누어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긴커녕 주름살 한번 펴기가 힘든 시기이다 보니, '이럴 바에야 혼자 놀고 말지!' 하게 된달까. 남의 연애 얘기만큼 식상한 얘기가 없고- 부질없는 자랑들, 합리화들도 솔직히 지겹다. 사람들이 내게 이런저런 이야길 들려주는 것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하지만,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은 때론 억지로 밀어 넣은 음식들처럼 체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번 하지 않고 가만히 듣게 되는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팍팍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팍팍하게 만드는 존재가 날이 갈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를 자꾸만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화 해리포터의 대사처럼 지금 우리가 두려움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면 좋으련만,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은 너무나도 명백해서 쉽게 외면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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