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에 하는 작은 다짐
이번 글의 제목은 좀 거창하게 뽑아 봤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고,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정확한 뜻은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성어인데, 요즘 이 말이 계속 내 마음에서 울린다.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자기 자신을 우선으로 하지못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나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막상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어떤 것에 자꾸 휘둘리며 지금 내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그 무언가가 원망스럽고, 또 알면서도 떨쳐내지 못하는 유약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런 마음 속에서 고통 받는 날들이 있다.
내가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신경이 쓰이는 그 무언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금 어렵고 피곤하게 느껴지더라도 의지로써 끊어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수신(修身)의 의미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내 일상생활을 잘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해치는 것들에서 의식적으로 멀어져야 한다고. 맛있는 음식, 좋은 옷, 즐거운 여행 등으로 짙은 농도의 행복감을 주는 일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저 나쁜 감정을 피할 수 있게 막아주어 얕은 농도의 행복감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짜릿한 행복감은 잠깐이고, 금방 과거가 되기 마련이다. 사람이 “요즘 살만하다”라고 느낄 수 있으려면 일상의 평온함이 더 중요하다.
최근에 읽은 “불행 피하기 기술”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일상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의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하겠다.
“좋은 삶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좋은 삶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 소음, 실직, 불행한 결혼생활, 가난, 외로움, 불평쟁이와 어울리기, 외적 평가에 연연하기, 자학과 자책, 분노, 질투 등 다운사이드는 업사이드보다 구체적이다. 그러므로 삶에서 되도록 다운사이드 쪽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데 집중하라. 그러면 현실적으로 좋은 삶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해방감을 선사해준다. 의견이 없다고 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다. 의견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라. 의견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이자 권리다. 오늘날 진짜 문제는 정보의 과부하가 아니라 의견의 과부하다.”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은 좋은 삶의 기본에 속한다. 심지어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록 삶은 더 좋아진다. 스스로 뭐라도 된 것처럼 살아가는 데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스스로를 대단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송신기과 수신기를 동시에 작동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신호해야 하고, 동시에 전파탐지기처럼 세상이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에 민감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를 아껴라. 송수신기를 다 끄고, 당신의 일에 집중하라. 건방 떨지 말고 성공에 대해 떠벌리지 말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면 도움이 될 책이니 빌려서든, 사서든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수록 내 일상의 평화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이걸 지키기 위해서는 가만히 주저 앉아 하소연 하는 데 그쳐서는 안되고, 조금 어렵더라도 의식적으로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번 주말의 아침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