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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레 Apr 09. 2024

잘 부탁드립니다, 휴먼

나는 내가 미워서 나를 관찰하기로 했다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애틋하고 소중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최근 들어 오랫동안 지속되던 우울감과 부정적 감정을 넘어 혐오감마저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혐오감이 든다는 것은 꽤나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쳐지는 기분을 끌어올리는 것도 버거운 나에게 혐오라는 감정이 찾아오자 속수무책으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대책을 강구해야 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다. 타인에 의해 감정이 상하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잠시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감정과 육체가 한 몸에 붙어 있는 나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다. 이런 기분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상황과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지극히 개인적이며 읽는 이보다는 글쓴이인 자신을 위한 글을 브런치에 기록해 보기로 했다. 글쓰기 혹은 기록이라고 하면 거창해진다. 거창하면 부담스러워지니 이건 그저 작은 끄적임이라고 해두고 싶다. 30년 넘게 붙어사는 ‘나‘를 좀 더 잘 알기 위해 써 내려가는 관찰 메모 같은 것. 그래, 이 정도면 적당하겠다.

 나는 타인과의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삶이 힘든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고들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은 ‘자기애’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 자기애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되는 큰 문제라 느껴졌다. 아무리 행복해지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필요 없는 육체노동을 하다 보면 머릿속은 아주 바쁘게 돌아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물론 좋았던 기억이 아닌 실수를 하거나 이불 킥하고 싶은 즉, 잊고 싶은 순간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거나 혀를 쯧! 하고 신경질적으로 차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면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고 만다. 안타깝게도 이런 부정적 생각이 습관화되어 버렸다. 원치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해 버린다.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나도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이 덩치 큰 부정적 생각들에 묻혀서 끄집어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새롭게 발견해 보기로 했다. 관찰대상은 나 자신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놓치게 만들고 이미 가진 것들을 안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하더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순간을 글로 적어 보고자 한다. 그 외 나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끄적여보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람이 매일매일 행복 100%인 기분으로 살기는 어렵다. 로봇이 아닌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힘든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을 견뎌내는 힘은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 기록은 나의 구명조끼가 되길 바란다.


자신의 마음을 양육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했어. 길게 자주 웃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라고 했어.
그리고 사소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나 그때의 행동을 기억하래.
그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슬프더라도 쉬이 행복에 자신을 도달하게 할 수 있다고 했어.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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