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관찰 일기 1 _ 매일 화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나
나는 화가 많다. 붉은 피 대신 화, 짜증, 분노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어릴 때부터 짜증을 잘 내는 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으며 이런 예민한 성향은 크면서 더욱 뾰족하고 날카로워졌다. 지금이야 예민한 성향에 대해 장점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출판되었지만 내가 어릴 적엔 예민한 것은 문제가 있는 혹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고 예민한 것은 곧 부정적인 것이었다. 나의 예민함은 타인에게 별것도 아닌 것에 민감하게 굴고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에도 바락바락 대드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어릴 때부터 본인의 성향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듣고 자라나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믿게 된다. 타인에 입에서 내 귀로 흘러들어온 말들은 어느새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흙 위에 건초 더미를 쌓으면 그곳엔 싹이 자라지 않듯 무의식 중에 들은 말들로 인해 내 마음은 싹을 틔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예민한 성향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책들이나 영상을 보면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민감하게 느끼는 만큼 감정기복이 너무나 심하고 아직 감정을 다루는 것에 매우 서툴다.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매일 일분일초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낸 자신에게 화가 나서 몸부림을 친다. 이 글의 전편에도 언급했던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은 이런 분노 이후에 몰려올 때가 많다. 바로 후회가 밀려오고 자책하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마치 겨울에 스웨터를 입어서 일어나는 미세한 정전기 같은 아주 작은 자극인데 그 결과는 화산 폭발이 되고 만다. 폭발 후 일어나는 시커먼 연기처럼 후회라는 이름의 검은 그림자가 내 마음을 집어삼킨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데 내가 관계를 더 망치는 것 같아 더욱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 분노가 이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들여다보면 보이긴 하는 걸까? 닦아내고 걷어내면 뭔가 그 자리에 있긴 한 걸까? 모르겠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근데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뭐라도 해야 한다.
나는 나와 잘 지낼 수 있다, 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