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12년도. 24살 간호학과 2학년 여름 방학. 대외 활동을 하고자 모 대학교 진로 적성 캠프에 멘토로 지원했다. 우리는 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21살 한의예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입시에 실패 후 반수 끝에 한의대에 입학했다고 했다. 나 또한 입시에 실패 후 꿈을 찾아 간호학과에 입학했다며 서로의 공통사를 나눴다. 그는 나와 함께 멘토 면접을 봤고, 사무실을 나서며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고 했다. 나는 기억하지 못 하지만 그는 그 순간의 기억이 꽤 강렬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캠프 시작 전 약 일주일의 수업 준비를 하며 매일 만났다.
"누나. 옆에 앉아도 돼요?"
강의실에서나 오가는 버스를 탈 때 내 옆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이후 대학교 기숙사에서 3주간 합숙을 하며 함께 캠프 생활을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로그램과 수업을 진행하고 토요일에 수료식을 진행했다. 토요일 저녁 자유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이 되면 새로운 학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무척이나 소란하고 행복하며 추억이 가득한 시절이었다. 그 기간동안 우리는 피곤함도 모른 채 수업 준비와 회의를 했고 밤낮으로 어울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각기 다른 학교, 전공을 가진 또래 청춘들이 모여 학교생활, 입시 준비, 꿈과 연애사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위로하고 행복해했다. 그 시절을 추억하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비쥬-누구보다 널 사랑해와 드림하이 OST
수업 준비를 하거나 자리 정리를 할 때, 쉬는 시간마다 다 같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깔깔 웃었다.
"누군가 결혼하면 다 같이 이 노래를 축가로 불러주자!"
한낱 우스갯소리로 묻힌 이야기지만 그때 우리는 진심이었다.
"누나. 도미노 피자 먹자. 6시 전에 가면 30% 할인받을 수 있어!"
마침 30분의 여유 시간이 생겼고 우리는 은밀한 탈출을 감행했다. 남들의 눈을 피해 학교 근처 도미노 피자로 달려갔다. 먹성 좋게 씬 피자 한 판을 나눠 먹고 기숙사 급식실에서 저녁까지 먹었다. 그는 피자를 몹시 좋아했다.
"누나. 맛있지?"
그 순간 행복 머금고 눈꼬리가 휘어진 채로 나를 바라보던 미소가 여전히 잔상으로 남아있다.
일과 후 모여 회의를 마치고 나면 각자 맡은 학생들의 일지를 작성하고 짧은 자유 시간을 보냈다. 우리 둘과 함께 친해진 친구 한 명까지, 셋은 종종 모여 회의를 빙자한 연애 상담을 했다. 그는 당시 여자 친구가 이성이 많은 캠프에 온 걸 싫어해 연락할 때마다 갈등이 잦다며 힘듦을 토로했다. 다른 친구는 무수한 소개팅썰을 풀며 남자 만나기 어렵다며 하소연했고, 나는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봤다며 연애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후 나는 그곳에서 다른 남자와 몇 달의 짧은 연애를 했다. 그럼에도 기억이 짙은 건 우리 셋이 모여 공유한 순간들이다. 나는 밤 산책을 좋아해 가끔 혼자 산책을 했고 그중 몇 번은 그와 함께 혹은 셋이 함께했다.
그와의 연애 중 몇 달간 이별했을 때, 우리 셋의 모습이 꿈에 나와 사무친 그리움으로 힘들었으니 썩 잊기 힘든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