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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Sep 19. 2021

여행가는 재미로 살았던 사람만이 아는 감정

나는 전생에 비행기였나 보다

1. 나는 전생에 비행 기였나 보다


  아무리 힘들어도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해외여행'이었다. 

  가족들이 이 말을 들으면 무척 서운해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떠나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에 가서 아무 걱정 없이 오직 '볼거리, 먹을거리'만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내 삶을 살렸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며 나를 달랬다. 다음 여행지에서조차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면서 기대를 안고 살았다.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 다녀온 게 전부였지만 여행에 대한 열정은 여행 유튜버 못지않았다.   


   나는 전생에 비행기였나 보다.







2. 여행 싫어하는 사람이 부럽다


  남편은 해외여행이 귀찮고 싫다고 한다. 비행기를 오래 타면 허리가 아파서 싫고, 이리저리 잠자리를 옮기는 것도 싫단다. 그런데 나는 비행기를 오래 탈수록 설렘과 기대감이 높아진다. 더 먼 나라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짧은 휴가기간 안에서 더 많은 도시를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은 숙소를 자주 옮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사르르 녹게 만든다. 


  나도 차라리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3.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순 없을까


 나에게 2020년, 2021년은 잃어버린 해이다. 나는 오늘도 자기 암시를 건다. 

'나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잃어버린 2년을 그대로 보낼 순 없어.' 


  2살 더 먹은 내 나이를 부정하고 싶다. 고개를 휘휘 젓는다. 그리고 괜히 선별진료소 근무를 뛰고온 남편에게 우리의 잃어버린 2년의 시간에 대해 하소연해본다. 남편은 의아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나에겐 의미 있는 해였는데?"


 나만 잃어버린 2년이었던가. 그래, 누군가에게는 지난 2년이 의미 있고 뿌듯한 시간이었겠지. 누군가는 재테크를 잘해서 대박을 쳤을 것이고, 커리어를 잘 쌓아서 스펙을 높였을 것이고, 사업을 확장해서 자산이 늘었겠지. 남편도 밤낮가리지 않고 연구를 열심히해서 논문도 여러개 써냈다. 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위기를 기회로 잡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나도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순 없을까. 










4. 정말로 욜로 인생을 살 거다


  이미 하늘길은 열렸고 미국,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지낸다고 하지만 공무원 신분에 매여있는 한 나는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내겠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는 정말 욜로 인생을 살고 싶다. 


    YOU LIVE ONLY ONCE 


  한번 사는 인생 부모님이 뜯어말리든 말든 언젠가 해외에서 공부하고, 여행도 마음껏 다닐 거다. 욜로 인생의 최소한의 조건은 마음도 몸도 건강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아프지만 기회가 다시 오면 꼭 잡기 위해서 오늘 저녁에도 걷고 뛰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먹을 거다. 


  기다려라. 나의 욜로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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