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기자님. 잘 지내셨죠? 그런데 무슨 일로..."
"원고를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한이 촉박한데 필력도 있어야 되는지라 급하게 연락드렸습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언제까지 해드릴까요?"
지난 7월 교육 관련 신문사에서 두 번째 원고 청탁을 받았다. 마침 공모전 준비를 끝낸 시점이라 여유가 있어 바로 승낙했다. 그리고 48시간 내에 원고를 써서 보냈다.
글쓰기는 나에게 '너는 역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이런 긍정적인 기운은 나에게 참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 왜냐하면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내가 정말 괜찮은 교사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안문을 올렸는데 오타가 많아서 교감실에 불려 갈 때, 나름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폭 사건이 터질 때, 연구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동료 교사를 볼 때 그런 느낌이 든다. 태평양에 홀로 떠다니는 나뭇가지 같은 느낌.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거 없이 이리저리 떠다니는 잔해물 같은 느낌 말이다.
하지만 활자로 찍힌 내 글을 보면 그러한 암울한 느낌이 모두 사라진다. 이따금씩 날아오는 브런치 제안서도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
내 첫 번째 원고가 실린 매거진이다. 책을 받고도 며칠 동안 열어보지 못했다. 부끄럽고 어색한 마음에 한 참이 지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책장에 꽂았다.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소설들 사이에 놓았다. 내가 쓴 글은 적어도 나에겐 항상 베스트셀러다.
최근에는 단편 동화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원고지 30매짜리 두 편을 썼다. 내년 상반기에 공모전에 내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생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길로 빠지기도 한다. 과연 내가 글을 쓰고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으랴.
삶이 재밌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