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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Mar 22. 2021

원어민을 놀라게 만든 토종 한국인의 영어비법

원어민이 토종 한국인인 나에게 외국에서 살다왔냐고 묻더라.

1. 80세 노인이 되어도 영어를 배워야 하는 세상


며칠 전 올해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우리 학교 원어민 선생님도 참석했다. 주변 선생님들은 우스개 소리로 "원어민 선생님, 교장선생님 오시면 영어로 최대한 많이 질문을 하는 거예요. 알겠죠?"라고 했다. 원어민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며 "제가요? 안돼요~안돼요~"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장선생님께서 오셨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교장선생님은 오히려 원어민 선생님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다. 알고 보니 교장선생님은 얼마 전부터 왕초보 영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이지만 지금이라도 영어를 배워서 '패키지여행 인생'을 청산하고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신신당부하셨다. 젊을 때 꼭 영어를 배워놓으라고... 



나이가 많건, 적건 영어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수능을 잘 보려고 영어공부를 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토익 공부를 했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영어 회화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유여행을 즐기기 위해, 영어로 된 온갖 문화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노인이 돼서도 영어를 배워야 하는 세상이 왔다. 


며칠 전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 로제가 100% 영어로 된 가사로 솔로 앨범을 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 활동이 어려울 텐데 왜 굳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 가사를 택했을까. 단순히 해외에 있는 팬들을 의식해 영어로 노래한 것일까? 


로제에게 오직 영어로 가사를 채운 이유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각 곡마다 어울리는 언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곡은 영어가 가장 잘 어울리더라"

그러니까 이 말을 통해 '어떤 음악을 더 잘 즐기려면 그 음악에 쓰인 언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영어로 된 음악은 안 들으면 그만이라고? 천만에. 영어로만 가사를 채운 노래는 우리나라 음악프로그램 1위 후보가 됐다. 거부하고 싶어도 영어는 더 빠르게, 더 가깝게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어차피 영어로 먹고살는 게 아니니까 돈만 있으면 아무 상관없다고? 비록 돈이 많으면 좋은 집, 좋은 차를 타면서 육체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부자가 된 다 한들 영어를 모른다면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절대 누릴 수 없다. 음악, 드라마, 소설, 논문, 기사문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다.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소중히 여긴다면 영어를 배워라. 


앞으로 영어는 얼마나 더 깊이 우리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될까? 비록 지금은 영어를 전혀 사용할 일 없는 똑같은 일상,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30년 뒤에는 영어가 얼마나 더 가까이 다가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노인이 되어도 끝까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세상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2. 죽어다 깨어나도 원어민처럼 될 수 없겠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원어민과 같은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영어 단어와 문장을 열심히 외워도 원어민처럼 상황에 적절한 표현을 완벽히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번역체 영어' 혹은 '한국식 영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영어전문가들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고 싶으면 외국에 나가 사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영어 배워봐야 소용이 없다.'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다. '적당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는 게 우리의 목표이기에 굳이 영어 때문에 유학길에 오를 필요가 없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내 주변의 사람보다 좀 더 영어를 더 잘하는 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방구석에서라도 영어를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게 맞다. 









3. 원어민을 놀라게 만든 영어 공부비법은?


나를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은 '내가 외국에서 살다가 왔는지 아니면 꾸준히 영어에 노출된 환경에 있었는지' 묻곤 한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외국에 살아본 적이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 다녀온 게 전부였다. 외국인 친구도 없고, 21살 이후 영어학원에 등록한 적도 없다. 학사전공은 수학교육, 석사전공은 과학영재교육이라 영어와 전혀 관련 없는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그들은 왜 내가 외국에서 살다왔다고 생각했을까?


그 비결은 바로 '발음'과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다. 나는 발음이 꽤 정확하고, 자신 있게 먼저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영어실력이 높지 않다. 일상 대화를 할 때만 괜찮지 시사, 경제, 학문에 얘기하기 시작하면 내 영어 수준이 얼마나 하찮은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원어민도 처음에만 인상 깊어할 뿐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그러나 직장동료들은 나를 보고 '영어를 정말 잘한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발음이 좋기 때문이다. 사실 발음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발음'을 영어 회화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고 있다. 


그래서 발음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런 선순환이 일어난다.

발음이 좋으면->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간다 -> 영어가 더 좋아진다 -> 영어를 더 잘하게 된다. 

그래서 만약 '나는 영어를 잘 못해'라는 생각에 휩싸여 영어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발음 공부부터 시작하길 강력 추천한다. 발음이 좋아지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쑥쑥 올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시험공부하기도 바쁜 와중에 발음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발음 공부는 리스닝과 직결된다. 단어와 문장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어야 리스닝 점수도 올라간다. 내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발음하면서 단어를 외워버리면 정작 그 단어를 들어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부터 발음 교정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영어를 정말 잘한다'라는 칭찬을 잘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발음 교정을 시작 한 후로 여기저기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의 발음 교정 공부법은 간단하다.

화상영어 수업을 신청하여 원어민을 만나 내 잘못된 발음을 모조리 지적해 달라고 했다. 나는 최대한 까다로운(?) 튜터를 찾아 헤맸다. 조금이라도 잘 못 발음하면 바로바로 지적해주는 튜터를 만날 때까지 계속 튜터를 바꿨다. 처음엔 영어 대화문, 기사문을 읽으며 잘못된 발음을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중엔 대화 도중 부정확하게 발음하는 단어가 있으면 즉시 교정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읽고 발음이 맞는지 확인했다. 


주 3회 30분씩 세 달 정도 발음에 초점을 두고 영어수업을 들었더니 영어 발음이 아주 좋아졌다. 한국식 영어 발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발음이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젠 원어민과 대화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다. 그리고 정확히 8개월 후에 '외국에서 살다가 왔느냐'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내가 만약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무조건 파닉스부터 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독해와 문법에 초점을 두고 있고,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발음 교육은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발음 공부를 시킬 생각이다. 초등학교에서도 발음이 좋은 학생은 무조건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꼭 발음 교정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외국에서 살다 왔느냐'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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