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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Mar 15. 2021

평범한 직장인이 밀가루, 커피, 유제품을 몽땅 끊는 법

달콤한 그것들을 어떻게 끊을 수 있었을까.

1. 커피를 코로 마신다.


나는 커피를 달고 살았다. 아침엔 꼭 라테 한잔을 들고 출근했다. 커피를 사 먹는 돈이 아까워 집에서 우유에 커피가루를 타서 보온병에 들고 다녔다. 가끔 사 먹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 먹기도 했다. 사 먹는 커피맛은 어찌나 달콤한지 우울하고 짜증 나는 날 나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같은 거였다. 여행을 가서도 아침부터 찾는 건 커피였다. 유럽 여행 중에도 매일 스타벅스에 도장을 찍었다. 밥은 안 먹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커피가 없으면 큰일이었다. 하루 종일 몽롱하고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카페인 중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면증이 찾아왔다. 코로나가 터진 후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덮쳤다. 뒤척이고 뒤척여도 도통 잠이 오지 않으니 커피를 억지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금단현상은 강했다. 하루 종일 커피 생각이 났다. 래서 아쉬운 대로 믹스커피를 타서 냄새만 맡았다. 손으로 휘휘 바람을 일으켜 커피 향을 한껏 들이켰다. 반찬이 아까워서 흰살생선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맨밥만 먹던 자린고비처럼 눈과 코로 커피를 마셨다. 어떤 날엔 캐러멜 마끼아또 커피 향을 마시고, 다른 날엔 바닐라 딜라이트 향을 마셨다. 커피를 그냥 버릴 때마다 너무 아까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커피 없는 삶을 근근이 버티던 어느 날 여러 가지 유혹이 날 찾아왔다. 동료 선생님께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 오신 거다. 커피를 사 오신 정성을 생각해서 몇 입이라도 먹을까 고민했지만 먹지 않았다. 나중에 먹겠다고 말씀드린 후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커피가 너~무 먹고 싶지만 요즘 들어 잠을 너무 얕게 자서 커피를 못 마시고 있다고.' 이렇게 터 놓고 말씀드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후론 아무도 나에게 커피를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달달한 과일 티를 권해주셨다. 





2. 소금쟁이에서 물먹는 하마로.


예전엔 커피가 없으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커피 없이도 살만했다. 두 달 뒤엔 완벽하게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육 개월이 지나고 나니 녹차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댔다. 이참에 녹차까지 끊어버렸다. 하지만 아직 끊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유'였다. 우유는 왜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걸까? 그러나 우유가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먹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우유까지 끊어버렸다. 커피를 끊으니 라테 마실 일이 없어졌고, 우유를 끊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에 물 2L 이상 마시기'는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자칭 내 별명은 '소금쟁이'였는데 그만큼 물 마시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짠 음식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한 건 '마스크로 인한 피부염' 때문이었다. 갑자기 뒤집어진 피부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 마시는 게 한약을 먹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물을 많이 마시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돼서 너무 불편했다. 그래도 어쩌랴. 피부염을 고치기 위해 오전에 1L 이상 의무적으로 물을 마셨다. 사실 나는 물을 안 마셔도 광채 나는 피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물을 마신다고 해서 뭐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피부가 너무 가렵고 따가워서 뭐라도 해야 했다. 이렇게 나는 4달 넘게 매일매일 2L 이상씩 물을 마셨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변. 비. 탈. 출이었다. 나는 만성 변비에 시달리던 사람이었다. 변비에 좋다는 건 다해봤으나 효과가 없었다. 큰 맘먹고 한포에 5천 원이 넘는 유산균을 한 달 내내 먹어보기도 했는데 아무 소용 업었다. 그러나 물을 꾸준히 2L 이상 마시자 드디어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예전의 소금쟁이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언제 어디든 물병을 들고 다니는 물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3. 밀가루를 끊기 위해 외식 금지를 선언하다.


피부염에 이어 알레르기가 생겼다. 자주 체하고, 설사를 했다. 2주간 교육부 출장으로 아침 8시부터 -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 탓에 온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밀가루까지 끊어야겠다. 커피, 유제품 끊기보다 힘든 건 밀가루 끊기였다. 왜냐하면 밀가루를 끊으면 외식해서 먹을게 아. 무. 것. 도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피자도 먹고 파스타도 먹고 싶은 게 여자들의 심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난 단호하게 외식 금지를 선언했다. 마침 코로나가 심하게 퍼지고 있던 터라 '코로나 때문에 외식하기 어렵다'라는 핑계가 통했다. 이렇게 5개월 정도 완전히 밀가루를 끊어버리니 피자가 무슨 맛이었는지, 파스타가 무슨 맛이었는지 가물가물해졌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는 것 같다.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맛있게 먹었다.'라는 기억은 나는데 정확히 어떤 맛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밀가루를 끊고 대략 3개월 정도는 치킨이 너무 먹고 싶은데 5개월쯤 되면 무슨 맛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밀가루를 끊고 싶다면 독하게 5개월 정도 벼텨보길 추천한다. 혹시 회사 급식을 먹고 있다면 밀가루가 든 음식은 아예 받지 말길 바란다.  괜히 식판에 받았다가 무슨 맛인지 '맛만 본다'라고 한입 먹게 되면 다시 밀가루의 유혹에 빠져들게 될 테니까.


사실 밀가루를 끊는 것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남편과 손잡고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은데 밀가루, 커피, 유제품이 안 들어간 메뉴를 찾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이 어려울 뿐더러 남들이 먹는 걸 그냥 쳐다만 보는 건 더 괴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사한 식사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이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과감하게 외식을 거절해야 한다. 


이렇게 커피, 유제품, 밀가루를 끊는데 큰 도움을 준건 바로 '남편'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나를 좀 도와달라고 울먹울먹 거리며 얘기하니 남편은 이런 내가 불쌍(?)했나 보다. 내 말을 흔쾌히 들어주었고 외식을 하고 싶은 날엔 직장 동료들과 실컷 사 먹고 들어왔다. 하지만 요즘에 남편도 나를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 밀가루 섭취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실천하는 중이다.


나의 선한 영향력이 가족 모두를 건강하게 바꾸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4. 나만의 최애 음식을 개척하다.


커피, 유제품, 밀가루를 끊으려면 나만의 최애 음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맵고 짜고 달지 않은 음식 중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의 최애 음식은 연어 스시와 팥죽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무언가 맛있는 게 먹고 싶다, 음식을 사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스시와 팥죽을 포장 배달해온다. 






5. 과일 사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기본적으로  토마토, 바나나, 사과,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가 항상 구비되어있다. 식비의 대부분은 과일값으로 나간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넘치도록 단 과일이 많아야 과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뻥튀기 과자조차 끊어버렸다. 첨가물 1%라도 들어갔다면 먹지 않았다. 대신 과일을 아주 많이 먹었다. 입이 심심하라 때마다 계속 먹었다. 지난해 내가 매일 고래밥을 1일 1봉씩 먹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과자를 끊고 싶다면 무조건 과일을 충분히 양껏 섭취해야 한다. 그래도 자꾸 단 게 먹고 싶을 땐 연근조림, 호두 땅콩조림을 해 먹었다. 물론 내가 만들어 먹었다. 귀찮긴 하지만 내 몸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다.






나는 이렇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 사소하지만 남들이 쉽게 하기 힘든 일 아닌가. 남들은 나를 유난스럽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매일 나를 위한 선물을 주고 있다. 나를 아껴주는 건 나뿐이고, 내가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하랴. 때때로 매일 집밥을 해 먹는 게 귀찮을 때가 있다. 하지만 가난하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할 것잉고, 유복하고 여유 있는 자만이 집밥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걸 떠올린다면 내가 얼마나 풍유롭게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먼 훗날 남들이 병원에 누워있을 때, 나는 아마 휴양지 썬베드에 누워 미소 지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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