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길지도, 짧지도 않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문제집을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결국 그 기회가 오게 됐습니다.
내년도 EBS 수학 문제집을 집필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제가 만든 문제를 풀게 될 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벅찹니다.
교사로서 우리 반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우리 반을 벗어나 전국의 모든 아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갖음에 감사합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듣자 하니 문제집을 집필하는 경우 저작권을 통째로 넘겨야 해서 보수가 적은 반면, 문제를 만드는 창작의 고통은 어마 무시해서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인세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창작의 어려움은 고통스럽겠지만 더 나은 교사로 변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요.
이번 달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인생의 황금기 같은 2년의 시간을 날려버려다는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금세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네요. 사람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네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속담입니다.
사실 전 문제집 집필자가 되기에 안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수도권 교사가 아닌 지방에 근무하는 교사라는 것. 둘째는 아무런 인맥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 근무하는 아무 인맥도 없는 교사라는 게 꽤 치명적입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실험실 연구자에 가까운 분이라 대학원 인맥도 전무합니다.
제가 출판업자라도 굳이 번거롭게 지방의 교사와 계약하진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아무 인맥도 없는데 뽑아줄 리가 없겠죠. 하다못해 교육청에서 발간하는 책자도 장학사의 인맥으로 팀을 꾸리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샘플원고를 만들어서 투고했습니다. 원래 그러하듯 실패하면 정성을 들인 원고가 예쁜 쓰레기가 되는 걸 알면서도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믿고 도전하는 내가 기특합니다.
다음엔 무엇을 도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