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다이앤선생님 Oct 29. 2021

성질 급한 아내와 느긋한 남편 중 승자는 누구?

결혼 생활의 현실

1. 아내의 탐정놀이


주말 아침.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난 남편에게 다가가 탐정놀이를 시작한다.


"오빠, 혹시 어젯밤에 컴퓨터 했어?"

"응. 어떻게 알았어? 잠이 안 와서 게임하다가 잤는데... 나 때문에 깼었어?"

"아니. 난 잘 잤지.^^ 어제 게임하면서 멜론을 먹은 뒤, 입이 또 심심해져서 감자칩을 먹으며 탄산수를 마셨지?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다녀온 후 침실로 돌아와 잤을 거야. 내 말 맞아?"

"아니 ㅇ0ㅇ...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의 완벽한 추리를 마무리지었다. 남편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범행을 들킨 용의자처럼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알았어?"


나는 명탐정 코난으로 빙의하여 추리의 근거를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컴퓨터가 절전상태였어. 그리고 그 컴퓨터 책상 왼쪽에 멜론 향이 남아있는 그릇과 포크가 있었지. 오른쪽엔 다 먹은 감자칩 봉지와 탄산수병이 있었고. 아마 멜론을 먼저 먹은 다음 왼쪽으로 치우고, 감자칩을 먹으며 탄산수를 마셨을 거야. 탄산수 한 병을 원샸했으니 화장실에 가고 싶었겠지. 하지만 게임을 하느라 화장실 가는 걸 참았을 거야. 결국 이제 그만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화장실에 갔다가 바로 침실로 들어온 거야. 아침에 보니 화장실 불이 켜져 있더라고."


나는 남편 앞에 빈 감자칩 봉지와 탄산수 병을 내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먹은 건 바로바로 치워야지 +_+!! 흔적을 남기면 당신이 어젯밤에 한 일을 모두 들키게 된다고!"









 2. 성질 급한 아내와 느긋한 남편의 집안일


나는 성질이 급한 아내다. 나는 거의 모든 집안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피곤해도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그 즉시 끝내는 편이다. 그래서 주말 아침에는 오전 7시 전에 기상하여 오전 9시 이전까지 운동과 집안일을(요리하기, 빨래 돌리고 개기, 물건 정리하기) 마친다. 반면 남편은 잠에서 깨어나도 한참 동안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다가 느긋하게 집안일을(설거지하기,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버리기) 한다. 


성질이 급한 나는 싱크대에 그릇이 쌓이기 전에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게 좋은데 느긋한 남편은 저녁까지 모아놨다가 설거지를 하곤 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설거지를 부탁하지 말고 내가 설거지를 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다가도, 피부염 때문에 얼굴이 벌게지고 습진이 번질까 봐 그러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나 혼자 참을 인을 새기며 싱크대에 관심을 끄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이런 성질 급한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해야 할 일도 아닌데 자꾸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스트레스이고, 늦잠 자고 싶은데 아침부터 쿵쾅 소리를 내면서 집안일을 하는 것도 못마땅할 거다. 거기다가 사사건건 탐정놀이를 하면서 물건을 왜 제자리에 안 갖다 놓냐고, 방마다 불은 왜 다 켜고 다니는 거냐고 묻는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럽진 않을 것이다. 



성질 급한 아내와 느긋한 남편의 결혼생활. 결국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3. 헤어짐 앞에서...


주말부부인 우리는 월요일 아침마다 애틋하게 손을 흔든다. 나는 새벽부터 KTX를 타러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주말 내내 남편에게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한다. 

기차 출발시간은 오전 6시 40분. 성질 급한 나는 시계를 보면서 남편에게 자꾸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내가 남편이었다면 30분 전에 기차역에 도착해서 벌써 플랫폼에 서 있었을 거다. 아니, 이미 전날에 근무지가 가있었을 것이다. 


"오빠, 늦으면 어떡해. 기차 놓치면 큰일이잖아. 얼른 가..."

"걱정 마. 원래 기차 도착하기 1분 전에 플랫폼에 도착하는 게 정석이야."


느긋한 남편은 헤어지는 게 아쉬워 한참 동안이나 내 손을 놓지 못한다. 가끔은 그러다가 늦어서 허겁지겁 뛰어갈 때도 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야 애절하게 손을 놓는다.  


"이젠 진짜 가야겠네... 금방 다녀올게!"

"응. 잘 다녀와!"


남편은 '안녕'이란 말 대신 '금방 다녀올게!'라고 말하고 집을 떠난다. 

'안녕'이라고 말하면 우리 둘 다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아서 그런 말은 서로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기차 도착 시간 1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플랫폼에 도착할 남편을 보며 생각한다.

'느긋한 남편이라 다행이네'

이전 03화 친정엄마를 감동시킨 시어머니의 한마디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교사 며느리와 의사 사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