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은 문해력에 도움이 될까?
많은 교육학자들이 '만화책은 문해력과 큰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만화책 속의 글은 짤막한 구어체 형식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만화책은 간단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을 다룰 때 도움이 된다. 이따금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아동 서적에서 학습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영상에 중독되는 것보다야 만화책이 훨씬 낫다는 시대적 풍조도 크게 한 몫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만화책만 읽는데요. 혹시 문해력에 영향을 주게 될까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말풍선으로 이어지는 대화 패턴에만 익숙해지면 긴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에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만화책만 읽는데요. 혹시 국어 성적에 영향이 갈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만화책만 읽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학생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국어는 '시험에 최적화된 훈련이 되어 있는가, 안되어 있는가'로 성적이 갈린다. 짧은 시간 내에 주어진 지문을 집중해서 읽고 문제를 푸는 연습이 잘 되어 있으면 만화책만 읽는 학생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와 반대로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문제 푸는 연습이 안되어 있으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 반에서 손꼽히는 문학소녀도 문제 푸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평균보다 못한 성적을 받는다.
아이들은 시험에서 한 권이 아닌 한 페이지짜리 글을 읽고 문제를 푼다. 꾸준한 책 읽기보다는 순간의 집중력이 훨씬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 십 권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 문제집 한 권을 풀어서 문제 풀이 스킬을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만화책만 읽게 내버려두어도 되는 걸까요?
이에 관한 질문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다만 우리 아이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자라길 바란다면 긴 글을 꾸준히 읽을 수 있도록 줄글로 된 책, 특히 지식 책을 많이 읽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성인 도서나 논문 자료는 만화책 저럼 화려하고 쉽게 쓰여 있지 않다. 어려워도 참고 읽는 인내심을 기르려면 어려서부터 꾸준히 글밥을 늘려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구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10년 후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감히 예측하기 무서울 정도이다. 지금은 성적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대, 자격증 하나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다가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긴 글을 읽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