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친구랑 싸우고 돌아온 날 어떻게 할까?(1)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날엔

by 다이앤선생님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고 해가 길어졌다. 이젠 오후 6시가 지나도 해가 쨍쨍하다.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 모여 뛰어논다. 하루 종일 집에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던 지영이도 새 학기에 사귄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가곤 한다. 코로나가 걱정되긴 하지만 눈이 빠져라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게 더 낫겠지 않겠는가. 나날이 지영이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잘 되는 것 같았다. 지영이와 민지가 싸우기 전까지는.



"지영아 왜 울어?"

"엄.. 마.. 흑흑... 민지랑 싸웠어..."

"왜 싸웠어?"

"몰라. 난 그냥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막 화를 내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나랑 이제 안 놀겠대."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민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너한테 그랬단 말이야?"

"으응.. 그리고 다른 친구들 보고 나랑 놀지 말라고 했대. 흐엉엉.."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지영이 친구관계 문제를 잊고 살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지영이는 친구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날엔 하루 종일 집에서 눈물을 흘린다. 정작 친구 앞에선 말도 못 하면서 집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엄마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지영아, 네가 먼저 화해하자고 해'라고 타이르기도 하고 '친구가 걔 하나뿐이니? 다른 친구랑 놀면 되잖아!'라고 다그치기도 해 보지만 매번 친구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엄마가 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1. 엄마는 침착해야 한다.


친구와 싸우고 집에서 펑펑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엄마의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회사에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또 출근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서 피곤한 엄마는 아이를 잡아두고 무슨 일인지 묻기 시작한다.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겪었던 일을 과장하거나 생략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그 애가 갑자기 욕을 했다'

'나는 실수로 살짝 쳤는데 그 애가 엄청 세게 때렸다."

'그 애가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다.'


엄마의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감정이 들까. 당장 학교에 전화해서 학폭을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것이다. 혹은 똑같이 욕을 하던가, 한 대 때리고 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침착해야 한다. 엄마가 흥분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도 멀고 먼 산으로 흘러가는 수가 있다. 일단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아이 앞에서 길게 심호흡을 10번 쉬어라.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조급함을 버릴수록 상담은 빨리 끝난다. 가볍게 미소를 짓고 이렇게 시작하자.


"지영아, 괜찮아. 마음이 진정되면 엄마한테 얘기해. 엄마가 얘기 다 들어줄게."








2.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쓰게 하라.


우느라 말인지 방귄지 알아듣지 못하게 얘기하거나, 여러 번 물어도 입을 꾹 다물고 얘기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왜 얘기 안 해? 빨리 얘기해!'라고 재촉하면 안 된다. 다그치고 재촉할수록 엄마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엄마 앞에서 위축된 아이는 우물쭈물 거리며 제대로 얘기하지 못 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면 얘기해라,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언제든 찾아와라'라고 얘기한 뒤, 엄마는 평소처럼 집안일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면 된다. 1시간쯤 지났을 때 '이제 말할 수 있겠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차분하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이들은 대게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 대신 남의 잘못을 과장하며 말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어른들도 험담을 할 때 사건을 부풀려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종이에 자세히 적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엄마가 사건을 더욱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나는 그. 대.로. 최대한 자. 세. 하. 게 적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욕을 했다'라고 적었다면 어떤 욕을 했는지 직접 적게 해야 한다.


거짓'말'은 하기 쉬워도 거짓'문장'을 쓰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종이에 직접 적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오래 걸릴 것 같지만 30분이 넘게 걸리지 않는 일이고, 총 문제 해결 시간을 빠르게 단축시켜주는 디딤돌 작업이 된다.







3.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건의 모든 과정을 읽다 보면 맥락에 맞지 않은 원인과 결과가 있을 것이다. 가령 '가만히 있었는데 친구가 나에게 xx라고 욕했다.'라고 한다면 친구가 왜 욕을 했는지 추측해보도록 해야 한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욕을 했을지 몇 번이고 생각해보도록 해야 한다. 이때 아이는 그제야 감춰왔던 자신의 잘못을 이렇게 실토할 것이다.

'아침에 복도를 뛰어가다가 실수로 살짝 쳐서 그런가?', '장난 삼아 바보라고 얘기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가?'


이렇게 문제의 실마리를 잡았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실수라도 친구를 밀쳤으면 먼저 사과하는 게 맞다고 설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쪽지를 써보게 하라.


'00야, 어제 아침에 00 해서 미안해. 실수로 그런 거라서 미처 사과하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그런데 어제 나도 네가 00이라고 해서 참 속상했어. 나도 사과를 받고 다시 친하게 지내고 싶어.'


다음날 아침, 상대방 친구에게 꼭 쪽지를 전해주라고 신신당부하고 등교시킨다면 아이는 꽃처럼 활짝 핀 얼굴로 집에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문제의 응어리는 깊어만 간다. 아이는 몇 날 며칠 우울하고 암울한 얼굴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지금까지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가 중요하니? 그냥 네가 먼저 사과해.'라고 다그친다. 또는 '세상에 친구가 걔 하나야? 딴 애랑 놀면 되잖아!'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만 줄 뿐이다. 다 큰 어른들도 일방적으로 나를 공격한 친구에게 '미안해, 우리 다시 친하게 지내자.'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이럴 때는 원인을 찾기 위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4. 담임선생님께 말할까, 말까?


엄마는 고민스러울 것이다. 이런 자잘한 일까지 담임선생님께 말해야 하는지, 괜히 담임선생님이 불편해하시지는 않을지 염려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은 접어두고 다음과 같이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자.

우리 아이가 친구랑 싸우고 돌아온 날 어떻게 할까?(2)에서 계속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