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 이것만은 꼭 해주세요.
"지영아, 아직도 다 못 풀었어?"
"응.. 아직.."
"빨리 풀려면 집중해야 돼. 집! 중!"
"응..."
"학교에서 친구들이 지영이 느리다고 놀리면 어떡해. 멍하니 있지 말고 뭐든 빨리빨리 해야 무시 안 당하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지영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린 편이다. 학습부진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천천히 푸는 바람에 매번 제시간 안에 끝까지 풀지 못해 성적이 낮게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느린 아이로 자랄까 불안하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고, 공부방도 보내고, 학습지까지 시키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주말에도 온종일 아이를 붙잡고 엄마표 수업도 한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학교에서 애들이 어눌하고 느리다고 놀림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매년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담임선생님은 지영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은근히 지영이를 무시하고 놀리는 애들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 다른 애들처럼 말귀를 척척 알아듣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면 좋으련만 지영이는 누굴 닮았는지 항상 느긋하고 가끔은 멍해 보인다. 며칠 전 학원에서 친구들이 지영이를 바보라고 놀리는 바람에 집에 펑펑 울면서 돌아왔다. 그 애들에게 사과를 받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된다. 애들이 우리 아이를 느리다고 놀리면 어쩌지?
1. 아이들은 언제, 왜 느린 아이를 무시하고 따돌릴까?
교실을 돌아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행동이 조금 느린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저학년일 때는 서로 잘 어울려 지내지만 중학년을 지나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몇몇 짓궂은 아이들은 느린 아이를 은근히 무시하고 따돌리기도 한다. 면전에 대고 직접적으로 놀리진 않지만 답답하다는 제스처를(한숨 쉬기, 쯧쯧거리기, 아휴 거리기 등) 보낸다. 담임선생님은 항상 이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수습하곤 하지만 교실 밖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커버하긴 어렵다.
느린 아이의 학부모님들은 시험 성적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험성적이 좋아도 행동이 느리고 어눌하면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사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친구의 시험성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시험 점수가 낮다고 해서 친구를 따돌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요즘에는 시험 점수도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점수를 공개적으로 오픈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누가 몇 점을 맞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공부는 잘 못하지만 배려심이 많거나, 유머감각이 뛰어나거나,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 왜 느린 아이를 무시하고 따돌릴까? 그때는 바로 '자연스럽게 문장을 읽지 못할 때', '딴짓을 하다가 선생님 말씀을 놓치고 단독행동을 할 때'이다. 두 가지 경우를 하나씩 살펴보자.
2. 자연스럽게 문장을 읽는 연습부터 시작하라.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바로 '읽기'이다. 특히 국어, 사회, 도덕 시간에 교과서 본문을 익힐 때나 역할극을 할 때 읽기 활동을 많이 한다. 선생님은 번호 순서대로 문단을 읽게 하거나, 랜덤으로 발표자를 뽑아 글을 읽게 시킨다. 그래서 '큰 소리로 자연스럽게 읽기'가 정말 중요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큰 소리로 읽기', '자연스럽게 읽기'이다. 느린 아이들은 '큰소리로 자연스럽게 읽기'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로 읽거나, 발음이 뭉개지거나, 단어를 하나하나 끊어서 읽으면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아유를 받는다. 이런 때 선생님은 친구를 비난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긴 하지만 이런 패턴이 자주 반복되면 느린 아이를 향한 비난이 습관화된다. 그래서 반드시 큰 소리로 자연스럽게 교과서 본문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문제집을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읽기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잘 읽을 수 있어야 발표를 잘하고, 발표를 잘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면 친구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학교생활이 즐거워진다.
당장 문제집을 집어넣고 읽기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기 연습을 하는 게 좋을까? 읽기 연습은 운동과 비슷하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5페이지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게 시키는 게 좋다. 매일 새로운 문장을 읽게 시키기보다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읽게 시키고,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을 때 새로운 문장을 시도해야 한다. 이때 소리가 너무 작지 않은지, 발음이 정확한지,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읽는지 확인하고 부자연스럽다면 직접 시범을 보여줄 수 있다.
어느 정도 글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면 '실감 나게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실감 나게 읽는다는 건 대화문을 읽을 때 인물의 감정을(희로애락)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뛰어난 연기력을 타고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화문을 읽을 때 로봇처럼 딱딱하게 읽는다. 실감 나게 읽기만 잘해도 수업시간에 큰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발표가 기회가 많아지며, 칭찬을 받는 아이가 된다.
3.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연습은 어떻게 할까?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