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지날] 홍길동은 왜 세종대왕 시절에 활약했을까요? 여러분의 답장으로 먹고 사는 조홍석입니다. 우리나라 금융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아... 아신다구요? 맞아요. '홍길동'이죠. ^^ 요즘에야 다 ATM 기기나 앱으로 거래를 하지만
예전에는 돈을 찾으려면은행 창구에 가서
입금증을 써서 내야 했기에 앞에 놓인 샘플을 보고
따라 썼는데... 대부분 샘플 속 이름이 '홍길동'이었어요.
여전히 사랑받는 홍길동...
이처럼 홍길동이 널리 인용된 건 학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은김시습의 <금오신화>이고
최초의 한글 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이라고 배웠고,
약자의 편에 서서 싸운 조선시대 슈퍼 영웅으로서
널리 사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첫 애니메이션 <홍길동> (1967년)
우리나라 첫 극장 애니메이션 역시 1967년
신동헌 감독님의 <홍길동>이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허균이 <홍길동전>의 저자라는
건 가리지날이라고 합니다... O.O 실제 저자는 1800년대 후기 어느 이름 모를 저자가
썼을 거라네요. <홍길동전>의 저자가 허균이라고 알려지게 된 건
100년도 채 안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이윤석 교수님이 주장해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이런 오해가 이어져 왔을 까요?
이는 1927년 경성제국대학에서 조선문학을 강의하던 다카하시 도루 (高橋 亨)교수가 <조선문학 연구
-조선의 소설>이란 기고문에서 '옛 문헌을 살펴보니 이식 선생의 <택당집>이란 책에
'허균이 또한 홍길동전을 지었는데가히 수호지
급이었다'라고 되어있다니뽄.
그런데 허균이노 다른 작품이 죄다 한문작품인 걸
보면홍길동전 역시 한문 소설이 오리지날이었을뇌피셜`이라고
쓰면서 비로소 알려진 것이라지요? 하지만 경성제국대 제자들은 이 내용의 앞부분만
받아들여 당시 알려진 한글소설 홍길동전이 허균이 쓴 것이고 이게 우리나라 첫 한글소설이라고 정의내린 게 지금껏 알려져 왔다고 하네요. OTL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작가가 아닌 이유는
많다고 합니다. 우선, 현재까지 알려진 3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판본 모두에서 허균이 사망한 1618년보다 70여년 뒤인 1692년 숙종실록에 등장한
도적 장길산이 작품에 나오고 숙종때 처음 설치된 대동포 출납 관청인 '선혜청'도 등장하고 있어 시대가 맞지 않습니다. 또한 홍길동이 만들었다는 활빈당(活貧黨)은 실제로
조선 후기전국의 부잣집을 털어가던 도적패들이
즐겨 쓰던 이름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300년 부잣집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은
평소 덕을 쌓아 주민들이스스로 자경단이 되어
활빈당이 감히 접근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전하고 있습니다. ^^ 게다가 최근 조선 중기 문인 황일호(1588~1641)의 <지소선생문집>에 홍길동의 일생을 그린 한문소설 <노혁전>이 실려있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한글소설 홍길동전과는 많이
다르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전우치전
그 외에도 영정조 시대에 들어서서야 전우치전 같은
유사한 한글 소설이 여럿 나오게 되는데 홍길동전만 200여년 앞서 나온 후 한글 소설이
전혀 없다가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많이 등장한 것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18세기 후반에 그토록 많은 한글 소설이 등장할까요? 그건 영정조 때에 이르러 상공업이 발달해 전국에
시장이 발달하면서 오가던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세책집이 크게 유행하면서 가능해 졌다고 합니다. 오호.... 이미 이 시절에 도서 대여점이 존재했군요. ^^ 이처럼 여러 의문점이 많았음에도 허균이 힌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라고 알려진 데에는 다카하시 도루 교수 제자들의 애국적 연구 태도가
그 원인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일본은 11세기에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라는
장편 소설이 등장하고 중국도 14세기 원말기, 명초기 때에 삼국지, 서유기 등
장편 소설이 다수 등장한 지라 허균이 한글 소설을 썼다고 한다면 주변 국가보다
한참 늦은 우리나라 고유 문자 소설의 출발점을 200여년 앞당길 수 있었으니 여러 의문점이 있음에도 그렇게 주장했을 거라네요. T.T 그런데 황일호의 한문 소설이건 후대의 한글소설에
왜 홍길동이란 동일한 인물이 등장할까요? 이는 실제 연산군 시절에 홍길동이란 엄청난 도둑이
실제 존재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한자가 달라요. 소설속 홍길동은 洪吉童인 반면
실제 홍길동은 洪吉同... ^^; 실존 홍길동은 전국 단위 도적 떼의 수령으로서
특히 충청도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고 온갖 나쁜 짓을 일삼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형인 홍일동이 세조 시절 호조참판이란
고위 벼슬에 오르는 등 권세가 출신이었기에 고위직에게 뇌물을 바쳐 잡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조카 딸마저 성종의 후궁인 숙의 홍씨였으니... 그러나 결국 중종 대에 이르러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붙잡혀 옥사하고, 그를 도와주던 관리들도 처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흘러 300여년이 지나자
진짜 나쁜 도적이었음에도 영국의 로빈후드 전설처럼 후대에 '연산의 폭정에 대항해 일어난 의로운 도둑'이란
이미지로 각색되고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통해
탐관오리를 처단하는 조선판 슈퍼 히어로로 이미지
세탁이 된 것이지요. =.= 그런데...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시대적 배경이
좀 이상합니다. 실존 홍길동은 연산군 시대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배경은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로 여겨진 세종 시절
이야기라고 나오는 것이죠... 소설의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됴선국 셰둉대왕 즉위 십오년의흥희문 밧긔
한 재상이 있스되 성은 홍이요 명은 문이니..." 여러분도 그게 궁금하셨죠? 나만 그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