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네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에 대하여
"총각, 이거 하나만 사줘. 하루 종일 아직 개시도 못했어."
퇴근길, 집 앞 골목 어귀에서 할머니 한분이 말을 걸었다. 그 할머니는 좁은 길 모퉁이에 앉아서 강냉이 여러 봉지를 펼쳐두고 팔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음직한 상황이었음에도 문득 걸음을 멈췄던 건, 누군가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던 시간에 누군가는 처음 하루를 시작한 모습 그대로라는 말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아직 한 개도 못 파셨어요? 얼마인데요?”
“한 봉지에 3천 원이야. 하나만 사줘요.”
지갑을 살펴보니, 다행히 만원 짜리 한 장이 있었다.
평소 강냉이를 즐겨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놔두면 하나는 어떻게든 먹겠지- 하는 생각에 한 봉지를 집어서 만원을 건넸다.
“에구. 어떡하지? 지금 천 원짜리가 두장밖에 없는데...”
할머니는 연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혹시라도 잔돈이 더 있는 건 아닌지 주머니를 뒤지고, 또 뒤지고 있었다.
“그럼 제가 세 봉지를 살게요. 거스름돈은 괜찮아요.”
애당초 한 봉지도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손에 든 강냉이 세 봉지를 보면서 '이걸 어찌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평소 옷을 맡기던 세탁소 아저씨께 한 봉지를 건넸다.
"무슨 강냉이를 그렇게 많이 사요?" 라며 묻는 경비아저씨께 “아저씨 하나 드리려고요~” 여유 있게 받아치며 다른 한 봉지를 또 건넸다.
그 뒤로 강냉이 팔던 할머니는 다시 못 봤지만, 세탁소 아저씨는 아빠가 찾아갈 때면 ‘207 호시죠?’ 하고 알아봐 주었고, 경비아저씨는 재활용 박스를 들고나갈 때면 본인이 할 테니 그냥 놔두고 들어가라 하신다.
이 이야기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고 처음 구한 신혼집에 살면서 겪은 이야기. 아는 이 한 명 없던 낯선 동네에서 아빠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