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가 고쳐지나요?

엄마의 요술피리

by 글쓰기 하는 토끼

우리 아이들은 글씨체가 엉망입니다. 엉망이라는 것은 글씨체가 이쁘고 안 이쁘고를 말하는 게 아니지요. 알아볼 수 없는 글씨를 써 놓는 것입니다.

채점을 하다 보면 이눔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 당최 맞았다고 해야 할지 틀렸다고 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시험이거나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당연히 틀렸다고 할 겁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알아볼 수 있어야 점수를 주던 깎던 하지 않겠어요. 보통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인기 교육 유튜버들은 '칭찬'을 하라고 계속 떠들어 대지만, 잔소리를 안 하고 제가 계속 참기에는 제정신으로 온전히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좀 잔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경기평생학습관에서 하는 부모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강사로 나오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이들 글씨체는 꼭 잡아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같이 듣고 있던 엄마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였고요.

그런데!! 보상으로 돈 백만 원을 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들은 순간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백만 원은 정말 큰돈이잖아요. 어른에게도 적은 돈은 아닙니다. 교수님께서 그러시는 거예요.

"어머님들, 돈백 만 원이 아깝습니까? 이 글씨 때문에 나중에 논술시험 다 탈락해요. 글쓰기가 나중에 엄청 중요하게 바뀔 거예요. 영어학원비는 턱턱 잘만 내시면서 아이 글씨체 바꾸는 일은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른 되면 못 고쳐요. 백만 원은 상징적인 액수이고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예요."

하시는 거예요. 저도 이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를 했습니다.


그 강의를 들은 후 저는 아이들에게 이십만 원씩 내던졌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정말 화르르르 불타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정말 예쁘게 잘 썼습니다. 작심삼일이라더니 한 3일 지나니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단계씩 돈을 깎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또 정신을 차리고 쓰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더군요.

아. 글쎄 말입니다. 저는 아주 미쳐 부리겠더라고요. 땅 파면 어디 돈이 나온답니까? 그깟 글씨 좀 잘 쓰라는데 일주일도 못 가서 흐지부지 라니. 내 원 참.


결국 아이들의 잔고는 이십만 원에서 빵 원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물론 없어진 잔고로 풀이 푹하고 주저앉았고요. 저는 또 혼자 식식댑니다. 이렇게 돈 벌기 쉬운 일이 어디 있다고 이런 걸 날려 먹느냐 하면서요. 꽁고로 쉽게 쉽게 하려니 그렇지요. 그런 게 세상천지에 어디 있다고. 노력 없이 이뤄 낸 성과가 어디 제 것이랍니까? 저는 분노를 삭이고 다시 아이들에게 제안합니다.

'돈 벌고 싶으면 노력해.'

'이제부터 잘 쓴 글씨에만 만 원씩 줄게'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결국 1호는 3만 원, 2호는 5만 원의 용돈을 타가게 되었습니다.

그럼 글씨는 고쳐졌을까요?


그 뒤로도 포기하지 않는 저의 노력으로 지금은 그나마 알아볼 수 있게끔은 쓰고 있어요.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2호는 아직도 많이 악필이지만 꾹꾹 눌러쓰기는 씁니다.

사실 저도 많이 악필입니다. 손글씨 쓸 일 별로 없는 저에게는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아이들 글씨체 고정되기 전에 미리미리 고쳐 주시길 추천드립니다. 안 그럼 나중에 무척 고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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