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쟁여 줍니다.

엄마의 요술피리

by 글쓰기 하는 토끼


매니저를 하면서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요? 말해 뭘 합니까. 당연 아이들 잘 되는 일이지요. 밖에 나가 한마디라도 자랑할 일 생기면 입이 간지러워 배겨 나질 않습니다. 이게 쟁여 놓을 일인가요? 어디.

자랑할 일 없는 것이 되러 심통이 납니다. 옆집이라도 놀러 갔다 개똥이가 상 받았다 자랑이라도 듣는 통엔 슬슬 부아도 오릅니다. 집에 와 애들 안 잡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애들 잡을 때 잡더라도 꼭꼭 쟁여주며 아껴 놓으면 제일 좋은 것 딱 두 가지만 말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건강입니다. 매일 같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이 건강도 타고 나는 애들이 있기는 있습니다. 면역력도 좋아 일 년 열두 달 감기 한번 안 걸리고 끄떡없는 애들 분명 있더라고요. 사실 제일 부러운 일이긴 하지만 타고난 걸 뭐 하러 부러워합니까. 노력 없이 가지고 태어난 건 그저 운이 좋은 것뿐입니다.

저희 집 1호는 한 달 정도 일찍 조산을 했습니다. 태어났을 때 정말 작았어요. 폐가 아직 덜 아물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라 50일이 지난 후 폐렴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몇 년간은 감기만 걸렸다 하면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발전하여 입원을 종종 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거, 폐에 좋다는 음식 이것저것 해다 먹이고 운동도 많이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커서 좋아진 것도 있지만 어릴 때 비하면 몰라보게 건강해졌습니다. 저는 매니저로서 이 운동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꼭 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이의 정서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것도 꾹꾹 눌러 담아 쟁여 놓으면 나중에 사춘기가 되었을 때 정말 많은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정서를 위해 저는 예체능을 많이 가르쳤습니다. 돈이 넘쳐나는 집이라 여유 있어 가르친 것이 아니고 영어, 논술학원 등을 안 보내고 가르쳤어요. 제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미술이나 피아노 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미술, 피아노, 태권도, 축구, 발레 이런 걸 제가 어떻게 가르칩니까. 친구들과 어울릴 때 써먹으라고 가르치기도 했고 취미생활 좀 해보라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종종 산에 데리고 다니고요. 하지만 제일 좋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아이 마음 알아주고 맘 편하게 해주는 것 이게 가장 최고더라고요.
엄마가 공부만 안 가르치면 사실 이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매니저란 아이의 숙제며 공부 등을 또 봐주어야 하잖아요.

기질상 한 10% 정도는 타고나길, 엄마가 공부하란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 엄마는 정말 운 박 터진 겁니다. 엄마의 노력 없이도 쉽게 갈 수 있으니 룰루랄라 맘 편히 드라마 볼 수 있겠습니다. 타고났다 무조건 또 잘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거야말로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아이들 교육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집이나 넘의 집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다 조금씩은 속을 끓이며 살고 있더라고요.

좋은 건 꾹 꾹 꾹 눌러 담아 힘들 때 언제든지 꺼내 써야 합니다. 절대 옆집에 빌려 주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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