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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Dec 18. 2022

뚱뚱이의 하루


  까만 초콜릿이 먹음직스럽다. 이미 난 의사로부터 비만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저 달콤한 맛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마수의 손을 뻗어 나의 입속으로 초콜릿 한 덩이가 들어갔다.

  입속에 초콜릿이 부서지며 입안 가득 만족할 만큼의 달고 씁쓸한 맛이 퍼졌다. 입을 더 오물거리니 그 맛은 금세 사라지고 없어졌다. 잠깐의 행복감에 취한 나의 몸은 이미 나의 의지를 벗어나 점점 더 부풀어 오르고 통통해져 갔다. 진정 뺄 생각은 있는지 의문이다.

  외출 준비가 한창인 어느 날이었다. 포동포동 살찐 달덩이 같은 얼굴로 나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듯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치장에 손놀림이 바빴다.
  '얼굴이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들지? 이상하네. 이럴 리가 없는데.'
  나는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거울을 보다 시간이 촉박함을 알고는 치장을 끝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바지를 입었다.
  '이 바지가 원래 이렇게 작았나?'
갈아입은 바지는 허벅지부터 타이트하게 조여 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끼여 입으려 애써 보아도 꼭 맞는 바지는 나의 의지와는 사뭇 다르게 입는데 실패하였다. 짜증이 쓰나미같이 몰려왔다.
 
 '운동을 해야 해. 밥도 적게 먹고.'
다짐을 해보지만 자리에 앉은 나는 몸을 일으키지도 한 그릇 다 먹은 밥을 치우지도 않고 다시 밥을 한 그릇 더 퍼 먹기 시작했다.
  포만감이 몰려오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작아진 바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단지 한 치수 큰 바지를 하나 더 살뿐이다.
  좋아하는 과자를 꺼내고 커피도 한잔 탄다. 먹고 있으니 세상의 시름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와. 엄마 배 정말 통통하다"
학교 갔다 온 딸아이가 나의 배를 만져 보더니 놀라며 같이 수영을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주춤하다 딸의 손에 이끌려 수영장으로 끌려갔다.

  '철벙철벙, 어푸어푸, 쾍쾍쾍'
오랜만에 수영한 나의 코며 귀며 물이 계속 들어갔다. 평형을 시도해 보니 물에 뜨지도 못했다. 자유형을 해 봤다. 레인의 반도 못가 헉헉댔다. 할 수 없이 키판을 잡고 발차기만 하다 집에 왔다.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딸. 또다시 딸의 손에 이끌리어 발레학원에 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필라테스도 같이 하고 계셨다. 나는 함께 간 딸아이 친구 엄마랑 얼떨결에 등록을 하고 말았다.

  다음날,
  "다리 쭉 펴시고 더더더 내려가셔야 해요. 자, 열 번 해볼게요. 호흡하시고요."
헉헉대며 자세를 따라 해 본다. 정말 힘들다. 이를 악문다.

  한 달 뒤,
결국 안 맞던 바지가 들어가게 되었다.
  "엄마, 조금 빠지긴 했는데 아직 더 해야 해요. 배가 아직 안 들어갔어요."
  
  다시 수영장이고 필라테스고 끌려다닌다. 딸 키우기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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