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띡띡띡 철커덕' 1호가 학교에 갔다 오는 모양이다. 졸업을 앞둔 1호는 요즘 단축수업을 하고 있어 하교가 빠르다. "다녀왔습니다." "응. 왔어? 춥지? 어구 어구" 나는 추워하는 아들의 얼굴을 내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주고 추위에 빨개진 귀도 만져 주었다. "손 닦고 밥솥에 호빵 넣어 놓았는데 꺼내서 먹어." 1호는 그 말에 싱글벙글이다. 따뜻한 호빵과 음료를 받아 들고는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엄마, 저 오늘 돼지꿈 꿨어요. 돼지들이 저한테 몰려와서 뺨을 막 부벼되고 같이 놀고 산책하고 그랬어요."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1호를 쳐다보았다. "정말? 이야~ 로또 사야겠는데. 학원 갔다 와서 끝나는 길에 같이 가서 살까?" "네. 저는 즉석복권으로 살래요." "그런데 꿈꾸고 느낌이 어땠어?" "완전 별로였어요 " "어, 왜? 꿈은 느낌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너 그 꿈 혹시 개꿈 아니야?" "저는 강아지 키우고 싶어서 강아지랑 놀고 산책하고 싶었는데 커다란 개 만한 돼지들이 와서 엥기니 싫었어요. 그리고 산책 끝나고 집에 막 들어오는데 엄마가 '1호야,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면서 저를 깨우셨어요." "아, 아쉽다. 돼지들이랑 더 놀게 놔둘걸. 내가 산통을 다 깼네."
나는 많이 아쉽다는 마음을 내 비쳤다. 사실, 예전에도 1호가 돼지꿈을 꾸고 난 후 이벤트에 응모한 커피 머신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뭔가 아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에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와 집 근처 로또 가게에 갔다. "즉석복권이랑 로또 주세요."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살 수 없어요." "사장님 제가 사는 거예요." 하며 얼른 나서서 즉석복권 2,000원어치 두 장이랑 로또 2장 만 원어치를 사서 집에 왔다. 즉석복권 하나는 꽝이고 나머지 한 장은 천 원이 나왔다. 아이는 2천 원 내고 천 원을 건져 손해인데도 그냥 좋다고 웃는다.
꿈도 꾸었겠다 그냥 넘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아이랑 재미 삼아 사보았지만, 앞으로 이런 요행은 바라지 말고 내년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운수 대통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