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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Dec 31. 2022

돼지들과의 산책.


  '띡띡띡 철커덕'
1호가 학교에 갔다 오는 모양이다. 졸업을 앞둔 1호는 요즘 단축수업을 하고 있어 하교가 빠르다.
  "다녀왔습니다."
  "응. 왔어? 춥지? 어구 어구"
나는 추워하는 아들의 얼굴을 내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주고 추위에 빨개진 귀도 만져 주었다.
  "손 닦고 밥솥에 호빵 넣어 놓았는데 꺼내서 먹어."
1호는 그 말에 싱글벙글이다. 따뜻한 호빵과 음료를 받아 들고는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엄마, 저 오늘 돼지꿈 꿨어요. 돼지들이 저한테 몰려와서 뺨을 막 부벼되고 같이 놀고 산책하고 그랬어요."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1호를 쳐다보았다.
  "정말? 이야~ 로또 사야겠는데. 학원 갔다 와서 끝나는 길에 같이 가서 살까?"
  "네. 저는 즉석복권으로 살래요."
  "그런데 꿈꾸고 느낌이 어땠어?"
  "완전 별로였어요 "
  "어, 왜? 꿈은 느낌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너 그 꿈 혹시 개꿈 아니야?"
  "저는 강아지 키우고 싶어서 강아지랑 놀고 산책하고 싶었는데 커다란 개 만한 돼지들이 와서 엥기니 싫었어요. 그리고 산책 끝나고 집에 막 들어오는데 엄마가 '1호야,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면서 저를 깨우셨어요."
  "아, 아쉽다. 돼지들이랑 더 놀게 놔둘걸. 내가 산통을 다 깼네."

  나는 많이 아쉽다는 마음을 내 비쳤다. 사실, 예전에도 1호가 돼지꿈을 꾸고 난 후 이벤트에 응모한 커피 머신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뭔가 아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에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와 집 근처 로또 가게에 갔다.
  "즉석복권이랑 로또 주세요."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살 수 없어요."
  "사장님 제가 사는 거예요."
하며 얼른 나서서 즉석복권 2,000원어치 두 장이랑 로또 2장 만 원어치를 사서 집에 왔다.
  즉석복권 하나는 꽝이고 나머지 한 장은 천 원이 나왔다. 아이는 2천 원 내고 천 원을 건져 손해인데도 그냥 좋다고 웃는다.

  꿈도 꾸었겠다 그냥 넘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아이랑 재미 삼아 사보았지만, 앞으로 이런 요행은 바라지 말고 내년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운수 대통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엔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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