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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02. 2023

할인 이벤트 기간입니다.

가난한 작가 이야기


  가난한 작가는 자기도 모르게 순간 너무 당황하였다.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집안에 들어온 젊은 엄마는 두리번두리번 집안을 흘깃거렸다.
  "혹시 점도 보시나요?"
  "아, 아니요. 저는 작가입니다. 저에게 말씀만 하시면 해결이 되실 겁니다. 상담비는 5만 원입니다."
  "작가님이 무슨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는 거예요? 아이가 하도 들어가 보자고 성화여서 들어오기는 했는데요."
  젊은 엄마는 아직도 의아스럽다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 흰 종이에 고민을 써 놓으시고 가시면 모르긴 몰라도 내일까지는 해결이 되실 겁니다."
  젊은 엄마는 속으로 '이런 미친놈을 다 보았나' 했으나 제 발로 들어온 이상 그냥 나가기도 좀 뻘쭘해서 돈 오만 원 버리는 셈 치고 흰 종이에 고민을 적어 넣고는 아이 손을 잡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다.

  젊은 엄마가 나간 뒤 작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성스레 펜을 만들기는 했으나 펜에게 마법과 같은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우연이겠지. 21세기에 무슨.'
  작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며 써서 붙인 것이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좋은 말 몇 마디 들려준 후 돈을 받을 참이었다. 한마디로 손님을 상대로 사기를 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펜은 뽀대라도 나라고 만든 것이다.


(여기서 잠깐!!!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작가 '찰스 디킨스'는 이 책을 단 6주 만에 썼다고 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크루지라고 알고 있지? 캐릭터 하나하나 생동감 있고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잖아. 그런데 내가 쓰는 소설 속 인물들은 왜 죄다 하나같이 솜이불에 물을 먹인 것처럼 축축 늘어져 힘이 없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이봐. 가난한 작가.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이 캐릭터들부터 손봐야 하겠어. 어디 재미없어서 읽겠어? 자 그럼, 잘해봐.)


  다음날  뒤늦은 오후가 되자 그 젊은 엄마가 다시 찾아왔다.
  "글쎄, 뭘 어떻게 하신 거예요? 호호호. 저는 우리 아이 놀리는 애들 때문에 속상해서 주저리주저리 몇 자 적어 넣었는데 제가 쓴 것처럼 됐지 뭐예요.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 한 번 더 쓰고 갈려고요. 남편 때문에요. 금액은 5만 원 똑같죠?"
  
  하더니 종이와 펜을 낚아채서 휘갈기듯 쓰고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손님 두 명이 더 왔다 갔다.
  한 분은 아들 녀석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썼고, 다른 한 분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고 썼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5만 원씩 내고 돌아갔다.

  작가는 상담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상담비 5만 원은 작가가 생각하기에 적은 금액 같았다. 고객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 돈을 놓고 갔다. 효과를 본 젊은 엄마의 주변 지인들이 한 삼일에 걸쳐 방문했다. 대부분 자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작가는 '할인 이벤트' 기간 팻말을 걸어 두고는 이 기간이 지나면 상담비를 올릴 작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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