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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05. 2023

펜으로는 다 쓰지 못하는 이야기들.

가난한 작가 이야기


  가난한 작가가 문을 틀어 잠그고 나오지 않자 사람들이 모두 모여 문을 '쿵쿵쿵' 두드렸다.

  "작가님, 저희 아이가 학폭으로 무척 마음고생이 심해요. 제발 이 문 좀 열어 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작가님, 저희 집 양반이 바람을 피웠어요. 내 그 연놈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요. 내 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무슨 수를 내야지 원통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작가님, 저는 쌔가 빠지게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에서 해고되었어요. 이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사장 이 개새끼가 혼자 배 터지게 잘 먹고 잘 사는 꼴은 저는 두고 볼 수 없어요 "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가난한 작가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가만히 귀담아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펜을 바라보았다. 손에 꼭 쥐고 있던 펜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작가는 아주 큰 결심이 섰는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커튼을 치고 창문도 모두 활짝 열었다.

  잠시 후 작가는 펜을 들고 창가에 갔다. 그리고 펜을 '뚝' 하고 부러 뜨린 후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작가의 집은 아파트 10층이었다.

  그리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하다가 작가의 모습이 보이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제 펜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글로 써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펜이 없다니. 도대체 그 펜이 어디 갔다는 겁니까?"
  "맞아요. 거짓말하지 말고 어서 내놔요. 돈은 2배로 쳐 드릴 테니."
  "펜 없이 우리 얘기들을 어떻게 해결해 준다는 말이에요? 정말 펜이 없습니까?"
  "어떻게 관리했길래 그걸 잃어버려요? 혹시 도둑이 들었었나요?"

  그러자 사람들이
  '어머 어머 이를 어째'
  '대체 누가 그걸 가져갔을까요'  
  '경찰에 먼저 알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작가는 모두를 조용히 시킨 후 펜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그 사명이 다해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럼 이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분하고 억울한 일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죠?"

  "제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난한 작가는 그다음 날부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글로 쓰기 시작했다. 펜이 아니고 노트북에 '다닥다닥' 치기 시작했다.

  펜으로 어느 세월에 다 써.






* 사진 출처 : 아이들이 목공교실에서 나무로 직접 만든 펜(좌 1호, 우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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