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가난한 작가는 흠칫 놀랐다. 문을 열어 보니 한 40대 후반 중년 여성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같이 서 있었다. "어떻게 오셨죠?" "우리 애가 공부를 너무 안 해서요. 도움 좀 받아 볼까 해서요. 가능할까요?" "일단 들어오시죠." 작가는 그 둘을 거실로 안내했다.
펜과 작가의 관계가 좀 달라진 점은, 그전에는 고객들이 와서 고민과 소원을 직접 썼다면 지금은 작가가 얘기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어 썼다. 펜은 단답형으로 쓴 글에는 절대 반응하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이야기를 만들어 구구절절 애절하게 써야 반응을 보였다. 같이 온 남자아이가 작가의 펜을 뚜려지게 쳐다보았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워 화장실에 간 사이 그 남자아이는 작가에게 물었다. "그 펜 저에게 파시면 안 될까요? 돈은 펜 가격의 두 배 드릴게요." "학생 안될 것 같은데. 난 이 펜을 팔 생각이 전혀 없어." "아저씨, 아저씨는 다른 펜으로 다시 쓰시면 되잖아요. 저는 공부하는 학생이라 그 펜이 꼭 필요하다고요." 하면서 펜을 유독 빤히 쳐다보았다. "그 펜으로 공부하면 전교 1등은 따놓은 당상일 텐데, 그럼 저 대학 갈 때까지라도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작가는 서둘러 그 둘을 내 보냈다. 생각해 보니 펜을 잃어버리거나 누가 훔쳐 갈 수 있었다. 그 뒤로 작가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집 안의 모든 문이란 문은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치고 칩거에 들어갔다. 24시간 펜을 꼭 쥐고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다. '이 펜을 내 몸 안에 넣어 버릴 수는 없을까? 내가 먹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