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동생을 처음 만난 건 우리 집 대문 밖 담벼락이었다. 나는 당시 12살 여자아이였고, 친구들과 동네 폐건물에서 자주 모여 놀았다. 날마다 놀 거리를 찾아 무슨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울지 작당모의를 하던 무렵이었다. 나는 그 친구들 우두머리의 단짝이었다. 속된 말로 오른팔이었고, 그 우두머리가 없을 땐 내가 대장 노릇을 하였다. “야, 오늘 고무줄놀이할 사람 여기 여기 붙여라.” 라고 말하면 대장 말은 그렇게 잘 따르던 아이들이 입을 삐죽였다. “칫, 지가 무슨 대장이라고.” 하며 나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바뀌게 되는 사건이 터졌다.
나는 대문 밖 담벼락에서 만난 내 동생이라고 불리는 이름의 아이와 같이 아지트에 가게 되었다. 내가 막 대문 밖을 나서려는데, 그 아이는 나를 부럽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애처로운 눈빛을 나는 무시하지 못했다. 나는 언니라는 이름으로 그 아이에게 불렸다. 그 아이는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지면 안 된다는 듯 그 심심함이 온몸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누군가와 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동생을 데리고 아지트로 가게 되었다. “너 그 애는 뭐니?” “내 동생.” “네가 동생이 있었어?” 아이들은 의아해하며 나와 동생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좀 뻘쭘하긴 했어도 금세 그따위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우리는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그 폐건물은 공사를 하다 중단해 자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위에 먼지들이 수북이 앉아 있었다. 붉은색으로 ‘유치권 행사 중이니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커다랗게 써 놓은 현수막이 한쪽만 달랑달랑 간신히 붙어 있었다. 2층으로 지으려다 말았는지 한쪽엔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오르면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짓다 말아서 그 주변은 뻥 뚫려 있었다.
우리는 공간이 넓은 거기에 자주 모여 놀았다. 고무줄놀이할 때도 좋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할 때도 그만한 곳이 없었다. 비가 와도 아무 문제 없었다. 비가 오면 우리는 그 난간에 걸 터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었다. 땅 위에 타닥타닥 떨어지며 내려앉는 빗방울 모습 보는 것도 좋아했다. 누가 간식거리라도 챙겨 오는 날이면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더 좋아했다. 그날은 비도 오지 않았다. 날씨만 조금 흐렸다. 우두머리는 또 엄마에게 혼났는지 오지 않았다. 나는 우두머리 대신 뻐기며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내 편이다 생각되는 동생이 있어서인지 더 의기양양했다.
"오늘 술래잡기할 건데 술래 할 사람?" 나는 아이들 얼굴을 쭉 훑어보았다. 모두들 시큰둥한 모습이다. "근데 네가 왜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그중 나랑 동갑인 수영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좀 하면 안 돼? 내가 짱 먹어서 뭐 나쁜 거 있었어?" 나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