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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23. 2023

어느 날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렸다.

1편


  '따르르릉 따르르릉'
  어느 날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렸다. 운동을 막 끝내고 마침 젖은 머리를 말리러 드라이를 찾고 있던 참이었다. 무시하려다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여기 서울병원 응급실인데요. 우성호 학생 보호자 되시나요?”
  “네, 제가 성호 엄만데 무슨 일이세요?”
  “우성호 학생이 계단 난간에서 떨어져 다쳤는데요. 지금 바로 오실 수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많이 다쳤나요?”
  “지금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바로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뛰다시피 하며 밖을 나갔다.
 
  중학생인 성호는 큰 키에 다부진 체격과 오뚝 솟은 코가 인상적인 아이다. 말수가 적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밀리는 법은 없었고 그런 성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딱히 성호를 건드리거나 하지 않았다. 매사에 흐트럼 없이 선을 긋는 것이 아빠의 성격을 꽤 많이 닮았다.

  "우성호 학생 엄마인데요. 아이 지금 어디에 있나요?"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지금 x-ray, CT 등은 별 이상이 없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안 깨어나면 추가적인 검사를 더 해보자고 하셨어요."
  
  나는 응급실 안쪽에 커튼이 쳐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호는 잠을 자듯 평온해 보였다. 한쪽 손은 링거가 꽂혀 있었고 여기저기 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제발 별일이 아니길 바랐다.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니 덜컥 겁부터 났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살며시 아이 손을 잡고 어루만지니 따뜻한 감촉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다 문득 의사를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담당 의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우성호 학생 담담 주치의 선생님 만나보고 싶은데요."
  "네. 저기 오시네요."
간호사의 안내에 담당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 혹시 성호가 못 깨어 날 수 있나요?"
  "어머님,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걱정 마세요.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추가적인 검사를 해 보겠습니다."
  "자고 있다고요?"
  "뭐 확실 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검사가 정상이라서요."
  
  나는 성호를 흔들어 깨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꾹 참았다.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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