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님이 로그인되셨습니다. 이 방은 수학 도형 방이며 앞으로 2시간 동안 이 방을 나가지 못합니다. 잡담은 금합니다.
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수학 도형 방에 입성하였다. 앞으로 한 달간 나는 AI와 일대일로 대화를 하며 공부를 하게 된다. 이번 기말고사 시험은 정말 엉뚱한 곳에서 출제되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내 성적을 확인한 나의 엄마는 나를 마치 못 볼 걸 본 사람마냥 요렇게 가재 눈을 뜨고는 나를 흘겨봤다. 눈이 돌아가지 않은 것을 나는 참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마침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사람 눈이 눈깔로 보이는 시점이 바로 이런 때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나는 하곤 했다.
아직까지도 사람을 저 망할 성적으로 판가름하는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있어 나는 무척 애석할 뿐이다. 2시간 동안 꿈쩍도 못하고 저 미친 AI와 독대를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나도 모르게 '쌍' 하며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원래 모범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도덕도 모르는 아주 몰상식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자,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미친 AI와 이판사판 붙어 볼 수밖에. AI는 나보다 월등히 실력이 좋아 내가 아무리 애쓴다 한 들 그 실력은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뭐든 약점은 있는 법.
나는 친한 친구 s.p로부터 전수받은 나만의 비법이 있었다. 나는 이 수학 도형 방에서 미쳐 돌아버리지 않는 이상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 물론 엄마가 이 사실을 아시는 날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죽을 때 죽더라도 때깔은 나게 죽어야 하니 기대하시라.
자, 자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닙니다. 준비하시고.. 그냥 냅다 도망치는 거다. 뭐 별 수 없다. 저 영특한 AI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를 공부에서 로그아웃 시키는 수밖에 없다. AI는 발이 없어 뛰지 못하니 내가 잡힐 리 만무하다. AI는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나의 엄마에게 이 사실을 통보할 것이다.
그럼 나를 잡으러 출동하실 거다. 엄마도 발이 달려 있으시니 달려오시기는 하시겠지만 이런 날을 위해 매일 같이 단련한 날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뭐 불과 몇 시간이면 머리채를 휘어 잡혀 끌려올 지영정 지금은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