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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버스를 좋아하세요?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버스 타는 걸 좋아한다. 시내버스든 관광버스든 버스를 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진다.
사실 무언가 공상하기 딱 좋다. 십수 년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버스만 타면 잠도 잘 잔다. 앉자마자 잠들 수 있고, 내릴 때를 용케 알고 잘 깨서 잘 내린다.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너무 좁아 명절이나 연휴가 아니라면 10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갈 일이 없어 나는 무척 아쉽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버스 안은 나의 잡념들을 모두 없애준다.
휙휙 지나치는 건물들과 사람 구경하는 일은 쏠쏠하고 재밌기까지 한다.
지나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어떨 땐 부러워 쳐다보고, 나 빼고 모두 평안해 보여 쳐다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시내버스는 당장 내려야 해서 많이 아쉽다. 더 타고 가고 쉽지만 목적지가 분명해 그럴 수가 없다.
요즘은 환승이라는 것도 생겨 버스비도 덜 든다. 시내버스는 안내방송도 아주 잘 되어 있고 내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버스를 잘못 타거나 잘못 내릴 일이 없다.

설령, 잘못 타고 잘못 내렸다 한들 잠깐 다시 내려 다시 타면 된다.
시간만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지체되고 약간의 버스비만 날릴 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반대 방향의 버스만 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반대편 길로 다시 건너 다시 타면 되니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럼 관광버스를 탔을 땐 어떨까? 관광이 목적이니 몸 편히 마음 편히 잘 먹고 잘 놀다 오면 망고 땡이다.
고속버스는 어떨까? 잘못 탈 일은 극히 드물다. 목적지까지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도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담 우리 인생 버스는 어떨까? 나의 목적지까지 타고 갈 버스가 내 입맛에 맞게 딱딱 와서 내 앞에 서 줄까?
중간에 잘못 탄 인생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잘못 탔다면?
시내버스처럼 자꾸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고 환승까지 해야 한다면?

나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너무 멀리 멀리만 가지 않는다면, 다시 되돌아와 내가 가고 싶은 인생 버스를 다시 타고 가는 일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는 달리고 있는 버스에서 내려 갈아타지 않을 뿐이다. 편안한 좌석에 앉아 다시 고생스러운 일을 하지 않을뿐더러 내릴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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