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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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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하는 토끼
Jan 8. 2023
느긋하게 휴일을 보내고 있는 아침나절에 나는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친하게 지내는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아버님의 부고 소식을 다른 내용과 함께 전해 들었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 당장 하나님 곁으로 가신다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을 연세시다.
우리는 늘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저 막연하게 나에게는 이 귀한 손님이 아주 늦게 찾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말이다.
어느 누구도 이 죽음을 거스르는 사람은 없었다. 영생불멸하는 생명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늘 이 죽음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듯 행동하고 말하지만 내일 당장 내가 어떻게 될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후세계 또한 그렇다. 죽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 얘기를 우리는 온전히 믿지 않는다.
'정말 죽어서 가는 곳이 그래?'
이렇듯 내 일이 아닌 양 우리는 떠들어 대지만 분명한 건 죽음은 이 세상 모든 것에서부터 태어날 때보다도 더 공평하다는 것이다.
태워 나 보니 부모가 이렇더라라는 불평등한 관계도 아니고, 소리 소문 없이 죽으며 잊힌다.
'죽으니 다 소용없네.'
'저 돈 다 어떻게 해.'
'저 좋은 머리 아깝다 아까워.'
등의 말은 할 수 있을지라도 그 사람을 다시 살릴 수는 없다.
온전히 그 슬픔은 남아 있는 가족들의 몫이 된다. 누구보다 슬퍼할 사람은 낳아주고 이날 이때 것 사람 구실하며 살 수 있게끔 도와준 자식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녀를 위해 자그마한 유산이라도 남겨 놓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일. 돈이 아주아주 많은 사람이 살아생전 이 재물을 이용해 생명을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연장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일어 나고야 마는 일.
그래서 나는 이 죽음이 좋다. 이 세상 어디든, 단 한 가지라도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평할 수 있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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