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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개구리

by 글쓰기 하는 토끼

아이들 여럿이 주욱 둘러 모여 앉아 있었다. 남자아이 서넛 보이고 여자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그중 한 남자아이는 프라이팬에 무언가를 볶고 있었다. '탁탁탁' 튀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모여 있는 아이들이 군침을 삼킨다. 투명 유리병에는 초록색의 곤충이 담겨 있었는데 남자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쏟아붓고는 볶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모여서 그걸 또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다 볶고 나서 "먹어 볼래?" 하는 거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자아이들은 뻐기는 듯 그 곤충을 돌아가며 하나씩 집어먹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먹어 봐? 맛있어. 이것도 못 먹냐?"

나는 혼자 못 먹는 애가 되기 싫었다. 자꾸 권한다.

"그럼 뒷다리 한번 줘 봐?"

곤충의 뒷다리를 먹어 보았다. 맛있다. 하지만 몸통까지는 먹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그 곤충을 다 먹은 아이들은 금세 또 뿔뿔이 흩어졌다. 그 곤충은 다름 아닌 메뚜기였다. 난 메뚜기 뒷다리도 먹어본 애다.


며칠 후 아이들이 다시 모였다. 그 남자아이의 집 부엌이다. 옛날 우리 어릴 때는 부엌에 곤로라는 것이 있었다. 석유를 부어 심지에 불을 붙여 썼다. 근데 이 심지에 불이 잘 붙냐? 한 번에 잘 붙는 법이 없다. 성냥에 불을 붙이고 곤로 심지에 불을 갖다 댄다. 불이 붙여지면 심지를 양쪽으로 또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주면서 불이 잘 붙게 해 주어야 한다. 호호 입김도 불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이 곤로에 불을 붙이다가 가끔은 앞머리도 홀라당 태워 먹기도 했다. 이날 또 아이들이 모여 무언가를 볶기 시작했다. 제법 크다. 뚜껑이 덮여 있다. 조용해지면 뚜껑을 열어 살펴보았다. 다 익었는지 찔러보고 아이들이 또 돌아가며 먹기 시작했다. 난 이것만큼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리는 것을 뒤로한 채 나와 버렸다. 이것은 개구리였다. 메뚜기는 작기라도 하지 애는 크기가 크단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개구리가 어떤 맛일지 궁금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맛있었겠지 뭐'


지금 생각해 보니 별의별 것 다 먹으면서 컸던 것 같다. 가족여행으로 캄보디아에 갔을 때 재래시장에 이런 곤충을 많이 팔았다. 남편이 사서 먹어 보고는 아이들에게도 권했다. 아이들은 뒷걸음질을 치더니 줄행랑을 쳤다.

'엄마 어릴 때는 간식이었어.'

지금은 귀하디 귀한 곤충들이 되었다. 참 씁쓸한다. 청개구리 잡아서 먹으면 혹시 벌금 나오나요? 벌금 나올 것 같다. 보호해 주어야 할 귀한 몸이 되셨다. 잡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우리 때는 천지에 널렸고 깨끗하기까지 했는데.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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