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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Oct 17. 2022

똥인지 된장인지.


  내가 20대일 때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될 정도의 일이었다. 너무 분해 일주일 만에 3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생각하고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고 속에서 열불만 났다. 그때 우리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네가 당한 만큼 다시 되돌려 주면 그게 배로 돼서 도부 너한테 다시 돌아와. 그러니 잊어버려라."

  삶의 지혜에서 생긴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씀이셨다. 나도 달리 어쩌지 못해 그때는 분을 삭이며 참았다. 살면서 잊혀지지 않고 가슴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어 어쩌다 한 번씩 비집고 나와 나를 괴롭혔다. 그 뒤로 나는 정말 신중한 사람이 되었다. 어느 정도 통찰력도 생겨 누굴 함부로 믿거나 속내를 내비치거나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의 부모가 되고 나서는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속상한 일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맞고 오는 경우다. 나는 주로 아이가 맞고 와서 상대방 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쪽이었다. 나도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그 친구가 너한테 그렇게 했다고 너도 똑같이 그러면 안 돼.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는 건 아니야. 네가 했던 좋은 행동은 선한 일로 다가오고 나쁜 행동들은 화가 돼서 돌아와. 근데 선한 일은 코딱지만큼만 되돌아오고 나쁜 행동들은 더 크게 두 배, 세배로  돌아온단다. 그러니 억울해도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단다."

  나는 말은 이렇게 해도 타는 속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인생을 살아 보니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 어쩌겠어.

  아이가 10% 만 알아 들었어도 좋으련만 내가 20대 때 엄마가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지 않은 것처럼 아이 마음에도 그랬을까?

  저 길은 너의 길이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인생 선배로서 누누이 얘기해도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모든 희로애락을 겪어봐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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