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비대면이라 줌으로 수업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한 번이라도 더 발표했으면 좋겠고, 그중에서도 뛰어나고 리더십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나도 아이의 공개수업 내내 아이의 자세를 지켜보고 발표하는 모습도 보았다.
마음에 들었을까?
넘의 아이가 1시간 동안 장난치고 떠든다 한들 감정에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아이가 만약 그런 행동을 했다면, 속에서 열불이 나며 교실로 바로 뛰어들어 가 내 아이를 똑바로 앉히고 자세를 바르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게 했을 것이다.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천정을 뚫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보았다.
나는 위인전을 좋아한다. 위대한 위인 중 어느위인이 어릴 때 좋은 부모 만나 호의호식하다 훌륭한 사람이 되었던 가. 고생 고생 갖은 고생 끝에 나중엔 결국 해내는 그 과정을 나는 좋아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리 아이가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들과 같은 길을 가길 원하지 않는다. 조금만 비슷해도 좋다. 10번 넘어지고 20번을 넘어져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 제 인생 열심히 가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사실 아이의 수업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꼼지락꼼지락 가만히 있질 못하는 아이에게 내심 마음이 상했고, 하교 후 한마디 하려던 참이었다.
'따르르릉' "여보세요" "엄마, 저 줌 수업하는 거 보셨어요? 어땠어요? 발표하는 것도 보셨어요?"
아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어.. 너 정말 잘하더라" "뭐라고 했는지 들으셨어요?" "줌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어. 정말 답답해서 혼났네."
50여 분 동안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오다 말다 해서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그럼 제가 발표하는 거 못 들으셨어요?" "뭐라는지 하나도 못 들었어. 뭐라고 발표했는데?"
그 시간은 국어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관용어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한 명씩 사례를 들어가며 발표를 하였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모든 산을 등반하는 것입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라' 같이 한 산 한 산 올라가다 보면 언제 가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미 한라산과 소백산은 클리어했으니 곧 있으면 다 클리어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렇게 했는데" "우와 진짜 잘했다 짱이다 너, 근데 소리가 하나도 안 나왔어, 아쉽다. 정말. 너무 잘했어. 이뻐 죽겠네." "엄마, 나 편의점 가는 중" "응 맛있는 거 사 먹고 와"
나는 아이의 전화에 상한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았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 마음이 쓰여 아이가 오면 혼내려고 한 내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아이에게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부모의 사랑, 부모의 인내, 부모의 관심이 모두 아이에게는 경험인 것이다. 나는 언제 우리 아이들에게 관대해질 수 있을까?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닙니다. 이렇게 마음에 새기며 아이들을 대해야 가능해질까?